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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안전을 볼모로 삼아서 봉이 김선달처럼 물장사를 하려는 게 아닌가.” 이현정 국토환경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부산 기장군의 해수담수화 사업을 ‘물장사’라고 비판했다. 기장군은 바닷물을 민물로 만들어 수돗물로 공급하는 해수담수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해수담수화 시설의 취수구는 기장군 대변리 해안에 위치해 있다. 취수구에서 11㎞ 떨어진 곳에 고리 핵발전소가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식수가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건 아닌지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는 안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민주주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주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강제로 물공급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물공급이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것도 문제지만, 그 선택권마저 주민들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 또한 문제다.”


기장군 해수담수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제기해 온 이 연구원은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이 발표한 ‘예비내각’에서 국토환경부 장관으로 지명되기도 했다. 이 연구원은 환경 문제에 대한 무관심은 공유지의 비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두의 것을 희생시켜 나 개인이 직접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공유지를 파괴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면이 크다. 기장군 해수담수화 문제도 기장군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같은 시스템, 같은 정부 아래 살고 있는 나에게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 봐야 한다.”

이 연구원은 해수담수화는 물 민영화의 한 단면이라고 말했다. 물 공급을 공공의 논리가 아닌 산업의 논리로 보기 때문이다. 유역관리를 전공한 이 연구원은 해수담수화는 일부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일 뿐 아무런 경제적 실익이 없는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하천수를 원수(原水)로 해 물을 공급한다.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하는 것보다 하천수를 끌어와 정수를 하는 것이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해수담수화 방식은 반투과 막을 놓고 압력을 가해 증류수에 가까운 물을 뽑아내는 일이라 에너지가 많이 든다. 하천수가 없는 섬이나 산업지역에는 경제성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니다. 이를 정부가 물산업을 육성한다는 논리로 도입하는 것은 해수담수화 시설을 수출해 온 일부 대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해서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이 연구원은 기장군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기장군을 시작으로 물 민영화의 일환인 해수담수화는 다른 지역까지 확장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해수담수화가 진행될수록 물 민영화의 정도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담수화가 시행되면 실질적으로 이를 관리하는 것은 기업이 될 것이고, 식수 안전에 대한 책임과 권한도 기업에 넘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 새만금 개발사업,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등 굵직한 개발사업들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논란에도 추진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개발에 대한 여론의 환상이 있다. 그러나 대개의 사업은 주민들에게 실익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주민들은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나서야, 보상을 받아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장밋빛 전망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연구원은 결국 환경문제와 주거권은 연동되어 있는 문제라고 말한다. “땅을 개인의 자산가치로만 보고 이 공간을 사유화하려는 흐름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으로서 땅의 의미를 되돌려놓는 것이 길게 봤을 때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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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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