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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벌레 이어 녹조' 한강에 경보음…환경단체 신곡보 철거 요구
국토부, 수질 악화 등 부작용 커 철거에 '신중' 입장

(고양=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 경기도 고양시 한강 하류에 있는 신곡수중보가 다시 철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신곡수중보는 1988년 정부가 염수 피해 방지와 용수 확보 목적으로 잠실수중보와 함께 설치된 것으로, 한강을 가로질러 고양시 덕양구 신평동과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를 연결하는 길이 1천7m의 물에 잠긴 보(洑)다. 김포 쪽(124m)은 물이 항상 빠져나가는 가동보 형태로, 고양 쪽(883m)은 고정보 형태로 건설됐다. 관리는 국토교통부의 위임을 받아 서울시가 한다.

신곡수중보가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0년 경인아라뱃길 조성사업 추진과 함께 뱃길로 한강을 연결해 활용하려는 경기도와 김포시가 14㎞ 하류로 신곡보 이전을 검토하며 논란이 빚어졌고, 2012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강 생태계 복원사업으로 한강 수중보 철거를 언급하며 철거에 반대하는 국토교통부와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어 지난 6월말 신곡수중보 상류에 녹조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환경단체가 녹조의 원인으로 신곡보를 지목하며 철거를 주장하고 나서며 논란이 재점화했다.

◇ 한강에 '이상 신호'…끈벌레 출현에 이어 녹조 발생

지난 6월 27일 고양시 행주어촌계원들은 한강에 물고기를 잡으로 나왔다 깜짝 놀랐다.

신곡수중보∼행주대교∼방화대교 5∼6㎞ 구간이 마치 페인트를 뿌려놓은 듯 초록색으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숭어와 뱀장어 수백 마리도 흰 배를 드러내고 죽어 있었다.

녹조가 발생한 것이다. 예전에도 녹조가 발생한 적은 있지만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다.

녹조는 가뭄이 계속되며 한강 상류로 확산, 최근까지 이어졌다. 급기야 한강에 조류주의보와 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행주어촌계원들은 지난봄 바다에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해생물 '끈벌레'가 대량으로 출몰, 실뱀장어 90%가 폐사해 막대한 피해를 봤다.

끈벌레는 2013년 처음 한강에서 발견된 뒤 올해 두 번째 출몰, 어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줬다.

◇ "물 흐름 막아 수질 악화"…환경단체 신곡보 철거 주장

서울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녹조가 신곡수중보 상류지역에 처음 발생한 것에 주목하고 수중보가 녹조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녹조 발생 이틀 뒤인 6월 29일 행주대교 북단 행주나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팔당댐 방류량 감소, 서울시 난지물재생센터 초기 빗물처리시설 부족, 물흐름 막은 신곡수중보에 의한 수질 악화를 녹조와 물고기 집단폐사의 원인으로 꼽았다.

환경단체는 이어 지난달 1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한강 녹조사태 원인과 대책 토론회'를 열어 수중보 때문에 한강 유속이 느려진 것이 녹조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전문가 의견을 도출해 냈다.

이어 환경단체는 지난 6일 신곡수중보 앞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등 국토부에 신곡수중보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

선상규 강서·양천환경운동연합 의장은 "가뭄이 심할 때 한강 녹조의 원인은 신곡수중보"라며 "신곡수중보를 철거해 한강 백사장을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 "철거하면 오히려 수질악화 등 부작용"…국토부 '신중' 입장

국토부는 환경단체의 주장과는 달리 가뭄으로 유량이 준 데다 기준을 초과한 서울시 하수처리장 방류수로 인해 수질이 나빠져 녹조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녹조 발생 당시 신곡수중보와 가까운 서울시 하수처리장 방류구의 방류수가 한강 유입 수량의 45%를 차지했으며 4곳 하수처리장 중 3곳이 총인처리시설이 안돼 기준치를 초과한 방류수를 한강으로 흘려보내 수질이 악화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수중보를 철거할 경우 ▲ 수위가 낮아져 안정적인 취수가 곤란하고 ▲ 주변 지하수위 저하로 한강 주변 도로와 건축물 등 지반 침하와 변형이 우려되며 ▲ 갈수기에는 수질이 더 나빠질 수 있고 ▲ 하천 활용성과 미관을 저해 시설물 보강이 필요하며 ▲ 염수로 인한 식물 고사 등 현재의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등 5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에서 수중보 철거와 관련한 2차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용역결과가 나오면 검토하겠지만 수중보 철거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 장항습지 훼손 우려 등 이해 엇갈려 갈등 해결 '난망'

신곡수중보 철거는 또 다른 환경 문제를 안고 있다.

2010년 경인아라뱃길 사업 추진 때 신곡수중보 이전 설치에 가장 극렬히 반대한 것이 고양시와 환경단체였다. 한강 북쪽 신곡수중보 하류에 있는 장항습지 생태계 파괴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장항습지는 신곡수중보 설치 뒤 물살이 센 김포 쪽 토사가 침식돼 물살이 약한 고양 쪽에 퇴적되면서 형성됐다. 신곡수중보∼일산대교 7.6㎞에 총 면적이 7.49㎢에 달한다. 한강 철책으로 민간인의 접근이 쉽지 않아 66만㎡ 규모의 버드나무 군락과 말똥게가 장관을 이루는 등 생태환경이 잘 보전돼 있다.

더 하류 파주지역 산남습지도 신곡수중보 설치 뒤에 생겨났다. 두 습지는 모두 2006년 4월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특히 고양시는 신곡수중보 이전 논란이 빚어진 뒤 수중보 이전을 못 하게 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민 서명을 받아 환경부에 '람사르 습지' 등록 신청을 했다.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면 습지보호법에 따라 수위 변화를 일으키는 행위가 엄격히 제한되기 때문이다. 행주어촌계 어민들도 신곡수중보 철거에는 반대하고 있다.

고양시 생태하천과 담당자는 10일 "신곡수중보가 철거되면 수위가 1.5∼2m가량 낮아져 장항습지의 10%가 물에 잠기고 어민의 어업활동에 지장을 주며,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양수장의 취수에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철거에 앞서 이런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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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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