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정의당 게시판에도 올린 글입니다. 

http://www.justice21.org/61429


안녕하세요,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며 녹색정의를 구호로 내건 이현정입니다.

 

어제 서기호 의원님의 불출마 선언을 마음 아프게 읽었습니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부분은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지역 주민들의 정치 지도자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때로는 표를 얻기 위해 소신과 다른 말을 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오늘 아침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보고 그 ‘소신과 다른 말을 해야하는’ 대표적인 상황이 ‘목포에 유달산에서 고하도 연결하는 케이블카 설치 논의’였다는 걸 알게되고, 고민 끝에 글을 씁니다. “(케이블카 사업이) 환경보존이라는 측면을 생각하면 사실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서기호 의원님의 “신념인데, 목포 시민들은 지역경제 발전을 중요하게 생각하셨고, 침체된 목포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여수처럼 케이블카 도입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당선되기 위해서는 케이블카 설치에 찬성하는 듯한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인터뷰였습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 일들은 진보정당의 역사 초기부터 계속 반복되어 왔습니다. 새만금에서 쫒겨날 위기의 계화도 어민들은 반대운동을 했지만, 새만금이 전북을 부자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확신에 찬 전북도민들은 새만금 반대운동을 하는 사람들, 당시 민주노동당, 사회당 등 진보 정당들을 비난했고, 몸자보를 붙이고 부안을 돌아다니다가 여러 주민들에게 험한 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4대강 사업 공사중일때도 여주에 갔을 때, 수백년만에 여주에 처음 찾아온 기회를 왜 외부인들이 방해하느냐고 몸싸움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서기호 의원님이 느끼셨을 그 부침을 저도 잘 알고 있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소신을 버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출마의 변에 썼듯이, 환경과 경제가 대립되는 것으로 보는 구도는 그 사업을 추진함으로서 직접적으로 이익을 얻는 건설업체와 보수 정치가 만들어 낸 구도입니다. 누가 풍요로워졌냐는 제 물음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정말로 그런 개발사업이 지역 주민들을 풍요롭게 해 주었는지, 사업을 시작하기 전의 그 달콤한 말들이 지켜졌는지 살펴 보았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사업 완공 후, 그 사업들을 찬성했던 사람들은 되려 쫓겨나고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관악구의 봉천동 재개발 12-1구역은 지금 건설이 한창중입니다. 2년동안 반대운동이 있었지만, 2014년에 재개발이 확정되었습니다. 반대운동 당시 세입자들과 집주인들의 의견은 명확하게 갈렸습니다. 당연히 세입자들은 반대, 집주인들은 찬성이었죠. 이 반대운동에 당시 나경채, 이동영 관악구 의원은 강하게 연대했습니다. 나경채 대표님에게는 집주인들이 입에 담기 어려운 험한 말들을 퍼붓기도 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감정평가 금액이 알렸졌고, 그 집주인들조차도 입주하기엔 부족한 금액이었고 다른 곳으로 이전을 하기도 어려워 졌습니다. 그제서야 집주인들은 자신들을 도와줄 사람들은 진작부터 그 상황을 예측하고 본인들을 설득하려고 했던 이들밖에 없다며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두 분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각각 재선과 3선 실패의 고배를 마신 이후였습니다. 이 사안으로 저는 이동영 관악갑 예비후보님과 나경채 공동대표님을  당원으로서 신뢰하고 지지하는 것을 넘어서서 제가 생각하는 가치를 함께 펼쳐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욕을 먹고 비난을 듣더라도, 끊임없이 설득하고, 연대하게 만들고, 우리의 가치와 신념을 계속 지켜 나가야 된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진보정치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2005년 황우석 논문조작사태 때, 민주노동당은 그 진실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진실이 밝혀지기 전, 황우석 교수가 ‘민주노동당때문에 연구를 할 수가 없다’고 인터뷰를 하며, 민주노동당은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됩니다. 그 상황에서 여론을 의식한 당 지도부는 ‘함구령’을 내리는 방식으로 수습 절차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모두가 아시다시피 황우석 사태의 진실은 곧 밝혀졌습니다. 

 

그런 상황을 이겨내는 것은 당의 정체성으로서 중요합니다. 동시에 신념을 가지고 지역에서 뛰는 우리 정치인들, 활동가들을 지켜내기 위해서 중요하기도 합니다. 출마의 변에서 썻듯이, 저는 순진한 환경주의자가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지지를 얻으면서 동시에 신념을 버리지 않기 위해서 무조건 적인 반대가 아니라 대안을 찾고 제시해야 합니다.그래서 ‘새로운 지역 경제 체계를 제안하겠습니다. 내수중심, 특히 지역 자체에서 고용을 확장하고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협동조합, 마을기업, 로컬푸드 등 성공 모델을 제안하고, 지역기간의 분산형 녹색일자리를 유형별로 규모를 산정하여 녹색일자리 대안을 제안하겠’다는 공약을 내 놓았습니다. 

 

서기호 의원님은 마지막까지 “국민 여러분이 오랫동안 사회적 약자, 소수자를 헌신적으로 대변해 온 정의당을 미래를 위한 정당으로 만들어주시길 간곡하게 호소한다”는 얘기를 하셨습니다. 부침을 알고 있고, 안타까움이 큽니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현실에서도 소신을 지키며 어려운 길을 걸어온 분들이 정의당에 많이 계시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어제 저녁에 갔던 성북 당원모임에서 박창완 후보님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다. 난은 죽기 직전에 꽃을 피운다.”는 말씀을 하시며 당원들에게 절을 하셨습니다. 그런 후보들을 생각해서, 정의당에서 계속 함께 해 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생각하는 길은 서기호 의원님의 바람과 다르지 않습니다. 사회적 약자, 소수자, 가난한 사람들도 살던 곳에서 부당하게 쫒겨나지 않을 권리, 삶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가난하다고 해서 빼앗기지 않을 권리를 지키는 것이고, 저는 그 것이 녹색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진보정치는 그런 가치와 소신들을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고 세상을 바꾸는 방법을 찾기위해 계속 되어야 합니다. 

 

저는 그 길에 앞장서고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덧. 진보정당에서의 녹색정치에 대해 쓴 글 두개 링크합니다. 참고해주세요. 

 

성찰과 전망, 진보정당 안에서의 녹색정치① -오래된 미래, 녹색과 적색의 만남과 엇갈림

성찰과 전망, 진보정당 안에서의 녹색정치② -오래된 미래, 녹색과 적색의 만남과 엇갈림

블로그 이미지

[Lun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