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정의당 당게시판에서 제 전화선거운동중 통화를 했던 당원님이 남겨주신 글에 대한 답변 글입니다. 

원글: http://www.justice21.org/61152

답변글: http://www.justice21.org/61183



안녕하세요, 이현정입니다.

태사치 당원님의 글을 보고, 혹시 통화 한 후보가 저 아니냐고 언질을 주신 분이 계셔서 이제야 이 글을 봤습니다.

정황상 제가 맞는 것 같습니다. 이후부터는 제가 맞다는 전제하에 글을 쓰겠습니다.

 

일단 기분 상하지 않았는지 걱정하셨는데, 솔직히^^ 약간 답답하기는 했지만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습니다.

답답했던 이유는 뭔가 얘기 하실 듯 하지 않으셨는데, 도대체 이유가 뭘까 너무 궁금해서였습니다. ^^;;;

그리고 지금은 좀 시원합니다. 이유를 얘기 해 주셨으니까요.

그 판단 자체는 존중합니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 답변으로 저는 미처 출마의 변에 쓰지 못했던, 

제가 비례 후보로 나서며 했던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제 새벽에 마침 그에 관한 대화를 나눈 게 있어서 그 얘기를 드리고 싶네요. 

요즘 선거에 후보로 나서며 정의당 당원임이 드러나는 분들에게 페친 신청을 많이 하고, 많이 받기도 했습니다. 

어제 새벽, 할 일이 많아서 잠들지 못하고 있었는데 

최근 제가 친구 신청을 한 대전 당원분이 제 담벼락에 글을 남겨 주셨습니다. 

(혹시 몰라 실명은 000 처리를 했습니다.)

 

“전 대전시당의 000이라는 사람입니다.

친구신청이 들어오셨기에(정의당이라서) 현정님의 글들을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비례출마를 선언하시는 분들이 많은때라 사실 현장에서 뛰는 분들의 노고가 무시되는듯해

비례출마자들에 대한 반감이 있습니다. 

전 비례출마자들의 입찬소릴 싫어합니다.

허나 전문성이 있고 그리고자 하는 세상의 그림이 명료하신분들을 지지하고자 합니다. 

헌데...이 두가지 조건이 보이시더군요. 앞으로 더 지켜보아도 될른지요..

첨부터 정의당에 몸담으신 분은 아니시나...

저도 자연과 동물 그리고 사람이 공존하는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

지금 꿈꾸시는 세상을 지켜나갈 분이신지...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지금 공약으로 거신것들을 어떻게 지켜나가실지 기대됩니다.

냉정히 정의당의 당원으로써...바라보겠습니다”

 

이 글을 보고 많이 감사했고, 동시에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제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전해진 것 같아서 감사했고,

‘비례출마자들의 입찬소리’라고 느끼신 부분 때문에 안타까웠습니다.

그에 대한 제 답변은 이랬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우선 관심 가져주시고 읽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히 더 지켜봐 주시기를 바랍니다. ^^

말씀하신 몇가지에 대해서 제 생각을 말씀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비례 출마자들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반감이 어떤 것인지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는 지역 후보들과 비례후보의 관계에 대해서 지금까지의 활동 경험을 통해서 가지게 된 생각이 있고,

그 생각이 제가 비례 출마를 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환경 운동의 오랜 구호중에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Think Globally, Act Locally)"라는 구호를 아실 지 모르겠습니다.

지역의 문제들의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지역의 특수성을 잊지 말아야 하지만,

그 기저에 깔려있는 보다 큰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모순과 싸워야 합니다.

사실 그 근본적인 모순을 드러내지 않고, 어떤 지역만의 문제인 것 처럼,

어떤 집단만의 문제인 것 처럼, 어떤 개인만의 문제인 것처럼 갈라치고 고립시키는 방식이

근본적인 세상의 변화를 막는 방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그냥 싸우는 것이 아니라,

싸움이 승리하도록 기획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갈라치고, 고립시켜 싸움에 지치게 만드는 방식에 맞서서

지역을 근거지로 오랜시간 싸움을 하는 사람들을 엮어내고,

이 지역의 문제가 몇백킬로미터 떨어진 저 지역의 문제와 근본적으로 같은 문제라는 것을 알리고,

그래서, 외롭지 않고 고립되지 않도록, 더 큰 연대가 가능하도록 만들어 내는 것이

중앙당이나 비례대표가 해야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추상적으로 이해한 것은 오래 되었지만,

직접 체화 한 것은 4대강 반대 운동을 하면서였습니다.

(당원님께서 계신 지역의) 대전충남녹색연합의 000 처장님이나,

대전환경운동연합의 000 처장님을 만난 것도 그 때였습니다.

(자주 뵙지는 못했지만) 몇년동안 4대강 조사를 내려가서

낙동강, 영산강, 금강, 한강을 돌아다니며 조사를 다니면서 전국의 환경활동가 분들을 만났고,

그 게 그냥 단기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소통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연대하는 방식으로

오랜시간 신뢰와 파트너쉽을 쌓아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이 있었기때문에 대전의 갑천친수구역 사업 반대 대책위 활동에서

그 분들을 다시 만나게 되기도 했습니다.

지역과 비례의 관계가 현장과 말씀하신

"입찬"사람들의 관계로 비춰지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 있기 때문이지만,

오히려 제대로 엮어내기위해서

더 많은 현장을 다니고 더 많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 생각을 실천해 왔는지, 앞으로도 그러는지 관심 가지고 지켜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

 

태사치 당원님께서 말씀하신 의미가 어떤 것인지 압니다.

그래서 그 판단을 존중합니다.

저는 서울 관악 지역에서 몇 년 동안 지역 운영위원으로, 대의원으로, 선거 시기에는 선본원으로 활동을 했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제가 지역에서 충분히 활동을 했다, 자격이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지역의 활동들과, 제 전문성을 살려 전국적인 활동을 둘 다 경험해 본 입장에서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 저의 포지션을 고민하고

그 결론으로 비례후보로 나서게 되었다는 말씀을 드리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제 고민은 원래 비례대표라는 제도가 생기게 된 이유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생각합니다.

 

맥시코의 사파티스타가 합법화된 뒤 그 조직을 이끌던 부총사령관 마르코스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말을 타고 다니던 그가 말에서 내려와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을 누비며 했던 일은

그 지역의 문제를 듣고, 그 문제와 같은 문제를 가진 수백km 떨어진 지역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며,

그 지역과 연대를 하라고 조언을 했다고 합니다.

 

저는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게시판에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지 않았지만,

몇 번 글을 남긴적이 있는 기장군 해수담수화 문제는 물 민영화의 일환이며,

그래서 그 문제는 기장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 왔고,

당 밖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경향마당 기고문: 물민영화와 해수담수화 수돗물 논쟁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1182004155&code=990402 )

 

제 출마의 변에서 쓴 것처럼 저는 순진한 환경론자가 아닙니다.

한올 한올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만들어 낸 소중한 실들이

툭하고 끊기는 것을 너무 많이 봐 왔고,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튼튼한 옷감을 만들어 내는 방직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에서 나오는 프로그램 이름 중에 드*위버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꿈을 엮어내는 방직공이라는 뜻으로 참 멋진 이름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역할을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원님의 생각을 한편으로 수긍합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런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지금까지의 제 경험들이, 저에게 그 방향을 가르키고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행동과 실천으로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의 통화가 마음에 걸리셨다면,^^

계속 지켜 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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