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어제 더불어민주당이 테러방지법 국회통과를 위한 필리버스터의 중단을 결정하였습니다.

중단 이유는 더 분노스럽습니다. 개악된 선거구 획정안을 빨리 통과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필리버스터는 많은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희망을 보여줬습니다. 이러한 필리버스터를 선거 때문에 중단하는 것은, 정치인들은 지들 ‘밥그릇 싸움’만 한다는 국민들의 정치불신과 혐오를 증명하는 행위입니다.

SNS에는 민주당에 대한 분노와 규탄이 넘쳐납니다.

 

그러나 마냥 민주당을 규탄하기에는 마음 한켠이 개운치 않습니다. 아마도 우리당에게 민주당은 경쟁대상인 동시에 연대의 대상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복잡하고 예민한 이 관계는 총선과 대선을 앞둔 현재 당에도 상당히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민주당, 연대의 대상이자 넘어서야 할 현실

 

우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등과의 야권연대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물론 박근혜 정권 심판과 총선에서의 의미있는 성과를 얻기 위해 야권연대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전략적인 야권연대와 함께, 정의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서는 우리당의 존재의미와 차별성을 드러내야 합니다.

“정의당은 다릅니다.”가 우리당의 주요 슬로건입니다. 그럼에도 야권연대만을 강조하고 정의당의 무엇이 다른지에 대한 내용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지역구 출마후보들에게는 완주하지 않을 후보라는 냉소가, 정당투표에서는 민주당과 다른 것이 무엇이냐는 득표요인 저하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실리적 야권연대를 추진하되 민주당에 대해 할 말은 하면서 정의당의 차별성을 부각시켜야 지역구 후보들에게도 힘이 생기고 정당득표율의 상승도 꾀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필리버스터 중단 등 민주당의 잘못에 대해 할말은 하며 정의당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연립정부 등 전략적 야권연대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민주당과의 관계에 대한 입장은 20대 총선 야권연대라는 단순한 선거 전술을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당내에서는 대선 정권교체와 연립정부 수립을 목표로 전략적 야권연대를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짧게는 2017년 대선까지 2년간, 길게는 2022년까지 7년간 민주당 등 야당과 전략적 연대를 해야 합니다. 7년 동안 전략적 연대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당 통합에 준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논의가 당의 진로를 결정하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선거전술의 수준이 아니라 충분한 당내 논의를 통해 ‘당론’으로 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이 보여주는 것은 민주당의 보수적 성격 뿐 아니라, 민심을 읽지 못하는 무능이기도 합니다. 그 무능은 새누리당이 외치는 ‘잃어버린 10년’동안 국민들의 마음이 돌아서게 만든 가장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민주당과의 연합이 외려 우리당의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 보수야당을 진보야당으로 교체한다는 당의 장기전략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합당에 준하는 전면적 야권연대보다는 고강도 정책연합을 통해 현실을 개선하면서 정의당의 독자적 발전과 야권세력교체를 추진하는 전략에 대해서도 깊이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소통이 필요합니다.

 

민주당과의 관계 정립 문제는 진보정당에게는 항상 떠나지 않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1997년 내각제 개헌을 약속하고 구성된 DJP 연정이 내각제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파기되었습니다. 이런 역사는 민주당 문제는 경쟁과 연대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판단 기준은 우리 당의 성장과 발전이라는 잣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잣대를 굳건히 가지고 갈 때 우리는 제1야당교체, 나아가 진보적 정권교체를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이 야권연대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이 시점에 민주당의 필리버스터 중단이 발표되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당과 민주당의 관계, 그리고 야권연대의 수준에 관한 보다 풍부한 논의와 소통을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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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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