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이제, 후회는 저의 몫이 아닙니다.


너무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힘들었지만 즐거웠습니다.


원래는 선거운동기간동안 뭘 했고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적으려고 들어왔지만, 저의 감상은 위 두 마디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예비선거와 본선거 기간을 지나온 지금, 여러분이 듣고 싶은 얘기도 제가 하고 싶은 얘기도, 제가 선거운동기간동안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다는 유의 이야기는 아닐 테니까요.

대신 저는 이번 선거를 하면서 당과 당원, 그리고 저에 대해 느낀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남은 숙제들


선거운동 기간 동안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많은 분들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원래 예정되어있던 선거운동을 소화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이었지만, 역동적인 당원들의 의견에 대해 소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이 되어 잠을 줄여가며 노력했습니다. 


태사치 당원님의 글에 대한 답글을 쓰며 비례후보의 역할에 대한 제 생각을 다시 한 번 돌아보았습니다(링크: http://www.justice21.org/61183 ).

서기호 의원님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제 입장을 정리하며 진보정치의 신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링크: http://www.justice21.org/61661 ).

테러방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 정국에서 더민주당과 국민의 당의 대응을 보면서는 우리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이 생겼습니다(링크: http://www.justice21.org/61661 ).


그 과정을 겪으면서, 제가 정의당을 대표해서 비례후보가 되어 해야 할 역할과 이를 잘 수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점점 더 차올랐습니다.

저는 전문가입니다. 학위의 문제가 아니라 한 분야에 오랜 시간 공부하고 활동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진보정당에서 9년째 활동하며 함께 성장해 왔습니다. 우리당에서 저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이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당원동지들이 허락한다면 전문성과 당중심성의 교집합을 대표하는 인물로 변화를 주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저와 함께 해주시면 저는 진보정당 역사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입니다.



녹색은 언제나 2순위?


선거 기간 동안 당원들을 만나고 통화를 하면서 많이 들은 말씀은 “정책이 훌륭하다.”, “지지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저의 말에 귀기울여 주시고, 믿음을 가져 주시고, 지지해 주신 여러 당원님들 감사합니다.


반면 ‘녹색정치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당장은 ○○이 더 중요하지 않냐’고 되물으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판단에 따라 다르겠지만 안타까움도 많았습니다.

제가 느낀 안타까움은 저에 대한 지지 여부가 아니라 녹색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녹색은 언제나 2순위였습니다.

환경/녹색은 언제나 현재의 문제가 아닌 ‘앞으로’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려왔습니다. 녹색은 한국 사회 전반에서는 언제나 ‘경제’ 다음이었고, 진보진영에서는 언제나 ‘노동’ 다음이었습니다. 저는 사람들의 살림살이를 의미하는 ‘경제’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삶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으로서 ‘노동’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녹색’의 가치는, 그 모든 문제를 다르게 바라보는 ‘틀’로서 가장 중요합니다.


지난 목요일, 대전선대본 출범식에 갔을 때, 저는 작년 국감에서 현역의원이자 원자핵물리학 박사이기도 한 민병주 의원이 “연구는 노동이 아니다.”라며 눈물을 흘린 얘기를 했습니다. 국책 연구소의 임금피크제 적용을 반대하는 취지의 발언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썼던 글(마담퀴리는 왜 죽었는가? http://www.redian.org/archive/94921 )에서 저는 퀴리부인도 산재로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사망 원인과 퀴리부인의 사망원인은 똑같습니다. 재생불량성 빈혈, 골수암, 백혈병 모두 방사능 피폭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더구나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경우 그러한 위험성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의 결정에 따른 결과가 아니었고, 그 책임은 당연히 1차적으로는 직접 업무를 설계하고 인력을 투입한 회사에게, 2차적으로는 그러한 산업에 대한 안전망을 만들지 못한 사회에 있으며, 우리는 함께 그 책임을 져야합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노동자들이 유해물질에 노출되지 않기는커녕, 본인들이 다루는 물질이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알지도 못하는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녹색의 관점과 틀이 부족한 결과, 우리는 수많은 위험을 앞에 두고 있습니다. 4대강은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 국토를 공존의 공간이 아니라 개발과 이윤추구의 공간으로 인식한 결과 강은 파괴되고 경제적 피해 또한 막대합니다. 오직 건설회사의 이익을 위해 진행된 수많은 재개발 사업은 수많은 사람들을 삶의 터전에서 내몰고,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참사도 벌어졌습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사회가 경제와 성장만을 언제나 1순위에 놓으며, 많은 것들을 희생시켜 온 결과입니다. 

이런 문제들은 녹색의 문제가 언제까지나 지연된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진정우로 풍요롭게 하기 위해 반드시 실현시켜야할 현재의 틀이자 무기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녹색은 언젠가 누군가 이뤄 줄 가치가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는 가치입니다.



우리는 이미 너무나 많은 것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늘 ‘녹색’을 2순위로 두면서, 우리는 이미 너무도 많은 소중한 것들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새만금과 거기에서 갯벌과 조화롭게 살던 어민들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4대강을 지켜내지 못했고, 두물머리의 농민들을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위에서 말한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을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핵발전소와 송전탑의 위협으로부터 밀양 할매들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가습기 살균제가 살인적인 화학물질을 뿜어내는지조차 모르고 죽어간 임산부와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설악산을 비롯한 국립공원도 지키지 못할지 모릅니다. 거기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수많은 생물들을 지켜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후회하지 않는 미래를 만들겠습니다.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저는 후회가 없습니다. 제가 가진 비전을 얘기하며 여러 분들을 만났고,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후회되는 부분은 없습니다. 


저는 당원 여러분도 후회하지 않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누군가가 당에 대한 이해나 헌신성이 부족해 보일 때마다,

누군가가 전문성이나 정책역량이 부족해 보일 때마다,

누군가가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을 때 마다,

우리는 매번 후회를 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비례선거 이후에는 절대 후회하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저 이현정을 지지해 주십시오.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될 자신이 있습니다.


11명이나 되는 후보들 사이에서 고민하고 계시는 당원님들께 마지막으로 호소 드립니다.

저 이현정에게 한 표를 주십시오. 저와 우리 정의당 당원동지들이 함께 지켜야 할 땅과 강, 바다와 들을, 그리고, 거기서 쫓겨날지도 모르는 사람들, 일상에서 수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노동자들과 시민들을 지키겠습니다. 


저 이현정과 함께 정의당과 대한민국의, 녹색의 봄을 만들어 주시기를 요청 드립니다. 

이제 후회는 저의 몫도, 당원 여러분의 몫도 아닙니다.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그렇게 만듭시다!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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