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5152107435&code=990304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10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삼수 끝에 유치한 동계올림픽이 이제 3년도 채 남지 않았는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논란은 기존의 대형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벌어졌던 것들과 매우 유사하다. 올림픽 주최 측은 사업의 경제성과 국격, 매몰비용을 들며 사업을 강행하고, 분산 개최 등 사업방향의 선회를 요구하는 쪽은 환경파괴와 경제효과 추정의 허구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동일한 논쟁이 벌어졌던 사업들은 현재 어떤 모습일까.

새만금사업의 경우 소실된 갯벌의 가치를 차치하고, 경제성 평가만을 봐도 ‘밑 빠진 독’이라고 할 만하다. 공동조사단이 총 사업비 약 3조원의 비용을 기준으로 비용편익분석을 한 결과, 시나리오에 따라 편익이 비용의 최대 3.81배에서 최소 1.25배로 산출됐다. 이마저도 법원 감정촉탁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성 평가에서 왜곡 평가의 예로 교과서에 실려도 좋을 만큼” 의도적으로 편익은 부풀리고 비용은 제외시켜 나온 결과이다. 심지어 수질개선 항목은 비용이 아닌 편익으로 포함됐다. 경제성 평가 이후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끊임없이 변경되고 있는 새만금 기본계획에서 총 비용은 22조2000억원까지 늘어났다. 그중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던 수질개선 비용으로만 초기의 총 사업비에 근접하는 2조9000억원이 책정됐다. 이 역시 향후 얼마든지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편익은 어떠한가. 투자율이 매우 낮아 2018~2022년을 민간투자 확산단계로 설정한 것을 보면, 미래의 편익을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4대강 사업의 경우도 22조원을 투자했지만, 물부족 지역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아 이를 근거로 전국에서 댐건설 계획을 다시 추진 중이다. 사업 구간에 남은 것은 극심한 녹조와 정체된 강뿐이다. 더 큰 문제는 사업을 추진할 때와 평가하고 책임져야 할 때의 태도 차이다. “강이 동맥경화에 걸려서 준설을 해야만 한다”던 4대강 사업의 홍보 문구는 협박하듯 연일 TV에 등장해 많이 알지만, “대규모 준설은 환경적인 측면에서 타당성이 낮”으며 “남조류 대량 발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보 건설에 따른 체류시간 증가”라는 국무총리실 산하 조사평가단의 사업평가 결과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업을 추진해 직접적으로 경제적인 이익을 얻는 소수는 뒷감당에 관심이 없다. 이익은 그들 소수가 가져가지만, 손해는 우리 모두가 보는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된 이슈들도 예의 사업들과 다르지 않다. 초기 8조8000억원이던 사업 예산은 전체 공정률이 미미했던 2014년 말 이미 13조원까지 뛰었다. ‘경제적 효과 평가’에서 추정한 직접적인 효과 21조원에는 정부 지출 3조원 등 비용까지 넣어 비난을 받기도 했다. 나가노의 사례를 보면 향후 유지 관리의 경제적인 문제는 훨씬 심각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보다 나은 대안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환경적인 면에서 최고의 쟁점이 되고 있는 가리왕산 활강경기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벌목률이 높다고 해도, 나무를 키우는 토양과 물의 체계는 아직 온전하다. 그러나 공사가 더 진척되어 슬로프와 리프트를 설치하기 위한 절성토 토목공사, 인공눈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댐·관로 설치를 하고 화학물질을 살포하기 시작하면 토양과 지하수, 주변 생태계는 완전히 교란될 것이다. 이러한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지금이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이러한 두 가지 문제를 모두 개선할 수 있는 방안으로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분산 개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아젠다 2020’을 통해 분산 개최의 효용성을 인정한 바 있다. 다만 조직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로써 모든 책임은 온전히 조직위원회의 몫이 됐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강원도의 재정파탄과 환경파괴로 이어져 국제적인 수치로 남지 않게 하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조직위원회의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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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DJ00TUwZLYs


마치 커다란 젤리처럼 생긴 이 생물,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큰빗이끼벌레입니다.

현미경으로 보면 빗 모양으로 생긴 1밀리미터 안팎의 작은 벌레 수만 마리가 모여 이런 덩어리 군체를 이룹니다.

생긴 것도 징그럽지만 악취가 심합니다.

이 벌레는 호수와 저수지 주변 등 물 흐름이 느린 곳에서는 수질에 상관없이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4대강 유역에서 잇따라 발견돼 논란입니다.

올해는 지난달 16일 금강을 시작으로 영산강과 낙동강, 그리고 한강까지 4대 강에서 모두 나타났습니다. 

유해성 여부를 떠나 4대강 사업 이후 강 생태계가 호수 생태계로 변한 것 아니냐는 게 논란의 핵심입니다.

4대강에서 발견되는 변화를 이대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낙동강 상류 고령보 근처.

축구공 크기까지 자란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됩니다.

이곳에서 70킬로미터 하류.

곳곳에 큰빗이끼벌레입니다.

금강 주변을 따라서도 수초와 돌덩이에 큰빗이끼벌레가 붙어 있습니다.

꺼내 만져봤더니 힘없이 뭉개지고 악취가 진동합니다.

큰빗이끼벌레 발견 지점은 물살이 약하거나 고인 곳입니다.

인터뷰 이현정(국토환경연구소 박사) : "물의 흐름이 있는 유수 생태계에서 흐름이 거의 없는 호소와 같은 정수 생태계로 바뀌고 있다고..."

지난달부터 짙은 녹조 띠가 뒤덮고 있는 낙동강 중상류, 취수장 근처에서는 녹조띠를 막기 위해 물을 뿌리며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채취기를 이용해 강바닥 흙을 퍼올려 봤습니다.

악취가 나는 시커먼 펄입니다.

수중에서는 잠수사가 손만 휘저어도 물속이 탁해질 정도입니다.

예전에 있던 모래와 자갈은 펄에 덮여 보이질 않습니다.

흔히 널려있던 말조개와 다슬기 등은 대부분 사라져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인터뷰 안광모(잠수사) : "다른 강에는 보면 모래로 형성돼 있는데 여기는 완전히 펄이고, 유속도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큰빗이끼벌레에 녹조에 펄까지..

낙동강을 비롯한 4대 강 생태계가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녹조나 큰빗이끼벌레 같은 4대강의 변화는 보 때문이라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입니다.

제 뒤로 보이는 이런 보가 물을 가둬 생긴 변화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수질은 어떨까요.

2년 전, 그러니까 4대강 공사가 끝난 뒤부터 4대강에 녹조가 대량 발생하면서 '녹조 라떼'라는 신조어도 생겼습니다.

올해도 상황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클로로필A수치와 남조류의 세포수가 기준치 이상 2회 연속 나오면 조류 경보가 발령됩니다.

특히 독성물질을 내뿜는 남조류의 세포수는 구간에 따라 많게는 밀리리터 당 5만개 이상, 경보 기준의 10배가 관찰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지난해보다 42일 먼저 경보가 발령됐습니다. 

원인을 놓고 논란입니다.

환경단체에선 보 건설로 유속이 느려진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른 무더위, 예년의 절반 정도인 강수량 등이 영향을 줬다는 입장입니다.

그동안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던 정부는 여론에 밀려 뒤늦게 원인 조사 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뒷북 대처라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리포트

천천히 흘러가는 강물.

환경부 측정 결과 4대강 사업 이전 평균 초당 29센티미터였던 낙동강 유속이 사업 이후 8센티미터로 70% 정도 급감했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든 보가 생태계 변화를 일으켰다는 주장입니다.

인터뷰 김좌관(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 : "보를 만들면서 10배 정도 유속을 더 떨어뜨렸습니다. 이로 인해서 강을 호수로 만든게 큰 문제로 보입니다."

또 큰빗이끼벌레는 가을철 집단 폐사해 수질을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정수근(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 : "흐르지 않는 강으로 변한 4대강을 빨리 수문을 열어서 흐르는 강으로 예전처럼 물흐름을 회복하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고 봅니다."

정부는 뒤늦게 조사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오는 11월까지 큰빗이끼벌레 분포도와 유해성 등을 조사하고 순찰 활동도 강화한다는 겁니다.

인터뷰 류덕희(국립환경과학원 물환경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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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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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www.redian.org/archive/73990


진보언론 <참세상>에 게재된 “큰빗이끼벌레 논란, 진보매체의 외모지상주의인가? -[기고] 4대강 공포마케팅의 희생양 큰빗이끼벌레(이하 ‘외모지상주의’ 글 링크)”라는 글을 보면서, 한편으로 반갑기도 하면서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반가운 마음이 들었던 것은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한 지적에 공감하는 바가 상당히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가운 마음보다 더 컸던 답답함은, 세상을 바라보는 스케일과 관점의 측면에서 생물학 분야의 양 극단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생태학과 분자생물학 전공자들이 서로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답답함과 비슷한 감정이었을 것 같다.

큰빗이끼벌레는 4대강 논란의 핵심인 물흐름의 지표

큰빗이끼벌레의 외형에 초점을 맞춰 일어난 소동이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나 외모 지상주의의 폐해와 ‘일면’ 닮은 면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언론이 이를 부각시켜 보도한 ‘선정성’은 언론의 부정적인 속성 중의 하나이고, 필자의 말처럼 진보언론이라면 기본적으로 지양해야 할 자세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큰빗이끼벌레에 대한 논란이 단순히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 외형에 초점을 맞춘 공포마케팅이라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 사람들이 큰빗이끼벌레를 보고 혐오감을 느끼는 것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고, 익숙치 않다는 것은 이전에는 이만큼 흔히 볼 수 없었기 때문이며, 이는 4대강 생태계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낯설고 거대한 생물을 보면서 갖는 혐오감은 논리와는 상관이 없을지라도, 직관적으로 그 예감이 들어맞는 경우도 많다.

열대의 동식물은 기후적 차이로 온대에 비해 보다 높은 생산성을 갖게 되고, 이로 인해 스케일이 다른 종이나 아종이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황소개구리의 크기를 보고 혐오감과 공포감을 느끼는 것은 우리가 아는 개구리와는 차원이 다른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의식의 흐름의 밑바닥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역의 기후와 환경에 의한 경험이 밑바닥에 깔려있다. 이러한 감정이 현실적으로 힘 있고 덩치 큰 생물들이 우리 자생종의 생존을 위협하고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현상과 무관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1).

큰빗이끼벌레는 외모만 흉측한 것이 아니라 4대강 사업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점 -흐름이 있는 유수(流水) 생태계(lotic habitat)였던 4대강이, 흐름이 거의 없는 정수(停水) 생태계(lenthic ecosystem)로 전환되고 있다는 증거를 잘 드러내 주는 지표로 볼 수 있다.

이는 이 생물이 수질의 직접적인 지표종이냐 아니냐, 독성이 있느냐 아니냐보다 더 중요한 문제이다. 4대강 사업의 논란의 핵심은 생명의 ‘강’이 죽음의 ‘호수’로 바뀐다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강이 썩는다는 게 은유라고?

‘외모지상주의’ 글의 필자는 “생물학적으로 미생물이 대사를 하면서 산물을 내는 과정을 가리키는 단어가 두 개”라고 하며, ‘부패’와 ‘발효’를 들고 있는데, 이는 과학적으로 틀린 분류이다. 왜냐하면 보다 큰 분류중의 하나인 호기성 분해(산소를 이용한 분해)를 ‘부패’와 ‘발효’의 범주에 온전히 포함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분류를 굳이 꺼내드는 이유는 이 부분이 4대강 사업 이후, 정수생태계로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강의 자정작용은 기본적으로 이 호기성 분해를 바탕으로 한다. 사업 전에 흐름이 상대적으로 크고 수심이 얕은 상태에서 하천 바닥까지 산소 공급이 충분하게 이루어지고, 하천 바닥도 모래, 자갈 등 알갱이가 굵은 입자로 이루어져 있을 때에는, 알갱이 사이사이의 공극으로 산소를 품고 있는 물의 소통이 원활했다. 그런 상태에서는 물이 맑았을 뿐만 아니라 그 알갱이들 사이에 어류가 산란을 하는 등 하천생태계의 다양한 생명활동들이 가능했다.

본 글의 필자가 수질을 이해할 때 부패냐 아니냐로 이야기하지 않고 지표로 이야기한다며 제시한 BOD(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2))를 수질의 지표로 쓰는 배경에는 이러한 전제가 기본으로 깔려있다.

하천의 자정작용은 물속에서 살고 있는 생물을 바탕으로 한다. 이러한 미생물들과 여타의 생물들의 생명 작용은 물 안에서 이루어지는 끊임없는 호기성 분해 작용의 연속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 호기성 분해에는 말 자체에 포함된 것처럼 산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산소요구량을 지표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흐름이 적어지면 미세한 입자들이 바닥에 쌓이면서 바닥이 무산소나 혐기성 상태가 된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과정은 이전의 호기성 분해 과정과는 완전히 다르며, 이러한 조건의 차이가 강과 호수 생태계의 차이를 야기하게 된다.

또한, 바닥에 쌓인 침전물들은 가만히 쌓여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교란으로 인해서 물속의 산소를 한꺼번에 소모(3)해 버릴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강이 썩어간다는 표현은 단순한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일어나던 호기성 분해 과정이 혐기성 부패 과정으로 바뀌어 가는 시스템의 변화를 나타내는 실질적인 표현이다.

본 글의 필자는 물이 썩는다는 표현의 엄밀성을 요구하며, ‘물은 미생물이 아니므로 부패할 수 없다’며 얘기한다. 그런데, 그 ‘물’ 혹은 ‘강’이 일반적으로 강물 안에 포함되어있는 미생물, 유기물을 배제하고 순수한 H2O만을 표현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넌센스가 아닐까? 또한, 수질의 지표로 왜 BOD, COD(화학적 산소요구량) 등의 ‘산소’ 요구량이 사용되는지를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내뱉을 수 있었던 말이 아닐까?

재첩 등

사진설명 2013년 3월 26일 남한강 저니와 재첩 떼죽음 모습 (강바닥에 쌓인 뻘(좌상), 뻘과 함께 떠지는 재첩 껍데기(우상), 바닥에 드러난 재첩의 모습(하)) 사진제공: 4대강 조사위원회, 4대강범대위, 촬영자: 윤순태 감독

큰빗이끼벌레는 잘못된 자리잡음의 문제 -강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큰빗이끼벌레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황소개구리’의 문제와 다르지 않다. 그 자체가 외래종이라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외래종(exotic species) 문제의 핵심이 ‘잘못된 자리잡음’의 문제라는 면에서 말이다.

황소개구리도, 뉴트리아도, 붉은귀거북도, 달맞이꽃도 원래 있던 자리에서는 고유종, 자생종이었다. 즉, 그 생물들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생물이 자리잡은 맥락(context)이 중요한 것이고, 큰빗이끼벌레의 경우도 그 맥락으로서 강이라는 시스템을 봐야한다.

큰빗이끼벌레에 대한 과거의 기사들에서도 대부분이 저수지나 정체된 물에서 대량 발생하였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문제의 핵심은 유속의 변화에 있었다. 유속 이외에 큰빗이끼벌레와 수질과의 직접적인 관계는 생각보다 매우 복잡하다.

살아있을 때는 종속영양생물로서 유기물을 체내에 축적하지만, 죽고 나면 그 자체가 오염원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강이라는 시스템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4대강의 수질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하나하나 꼽아온 4대강 사업의 부작용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에 맞닥뜨리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4대강 전반에 걸쳐 총인 농도는 오히려 낮아졌다. 4대강 공사 준공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질소, 인을 처리할 수 있는 고도처리시설을 가동하여 오염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에 의해 물이 정체되면서 오염물질들이 미세한 입자와 함께 바닥에 가라앉아 있다가, 언제든 엄청난 오염원으로 작용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즉 외부의 오염원을 아무리 차단해도, 녹조의 재료가 될 수 있는 물질을 공급받을 수 있는 소스를 자체적으로 보유하게 된 셈이다.

이는 공상같은 가설이 아니라 실제 인농도가 줄어들었음에도 이례적인 녹조가 창궐했다는 사실이 강력한 논거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기존에 나타나던 물 속의 인농도, 녹조의 간접지표인 클로로필a 등의 수치와 실제 녹조 발생량(조류개체밀도, 특히 독성물질 배출 가능성이 높은 남조류의 밀도)의 상관관계 역시 바뀌고 있다.

즉,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변화하고 있으며, 변화하는 시스템에 대한 지식의 부재, 불확실성의 급증은 언제든 원수의 안정성(stability)과 먹는물의 안전성(safety)을 동시에 위협할 수 있다.

죄는 인간에게 물어야

‘외모지상주의’ 글의 필자는 나름의 내부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위해 진보매체에 쓴 소리를 한 것 같다. 그러한 문제의식을 환영하며, 공감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그러나 진보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한 반감으로 본인 역시 하천시스템에 발생한 큰 변화와 그 결과의 인과관계라는 보다 큰 그림을 놓치고 글을 쓴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보기를 권유하고 싶다.

또한, 한편으로는 환경문제, 특히 여전히 문제가 남아있으나, 이미 수년 동안 끌어온 문제이기 때문에 쟁점화가 쉽지 않은 4대강 사업 문제와 같은 경우, 그러한 선정성 없이 어떠한 방식으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고민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컴퓨터나 TV앞에 앉아 문제를 접한다. 문제는 책임을 져야 할 많은 사람들 역시 똑같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언론에 드러난 문제들은 대부분 4대강 현장을 다니는 민간 활동가들이 먼저 문제를 발견하고, 이슈화해서 정부를 움직이게 만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그렇게 이끌어 낸 대응마저도 대부분 비논리적이고 책임회피성 발언에 불과했다(4).

이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원 글의 필자와 내 생각이 그리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은 수십년 전 단순히 자연의 문제로 인식되던 시기를 지나, 자연과 인간사회의 잘못된 관계와 인간사회 자체가 가지고 있는 모순들이 환경을 통해 드러나는 문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왔다.

사실 그 누구도 직접적으로 큰빗이끼벌레를 향해 ‘너 여기 왜 나타났느냐’거나 ‘너의 존재 자체가 죄’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다만 큰이끼벌레라는 텍스트와 4대강이라는 컨텍스트의 잘못된 만남에 대해 원인을 제공한 인간들끼리 서로 논쟁을 벌이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다른 맥락에서 ‘외모지상주의’ 글의 필자가 인용한 굴드의 명제, “생명체는 그 자체로 죄가 될 수 없다”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잘못은 인간에게 있으므로.

<추가 설명>

1) 미학이 애초에 철학으로부터 나왔으며, 고대 철학에서 미추의 기준과 선악의 기준이 동일시되었던 것과도 연결되지 않을까?

2) ‘생물학적’ 산소요구량이란 표현은 과거에 쓰던 표현으로 엄밀히 따지자면 틀린 표현이다.

3) 이러한 침전물의 산소요구량을 SOD(침전물 산소 요구량: Sediment Oxygen Demand)이라고 하며, 호수에서 사용하는 오염 지표중 하나이다.

4) 이를테면, 2012년 가을, 금강에서 사상 초유의 규모의 물고기 집단폐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 환경부의 주요 기관 중 하나인 국립환경과학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요지의 말을 했다. “미스테리다. 원인을 알 수 없다. 그러나,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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