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http://www.redian.org/archive/59580

녹조라떼와 4대강 사업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것은 4대강 보들의 완공 직후인 작년 여름, 한 인터넷 매체가 음료수 컵에 낙동강에서 채취한 녹조 가득한 강물을 담아 기사에 실으며 사용한 표현이었고, 누군가 여기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이 돌면서 ‘유행어’가 되었다.

이후 4대강 사업 반대진영과 정부 사이에서는 이러한 이례적인 녹조 발생의 원인이 4대강 사업에 있는지, 아니면 이상고온 현상으로 인한 것인지 논란이 있어 왔다.

그러나 작년과 올해 여름, 2년 동안의 녹조 현상을 보면 4대강 사업이 녹조 현상의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녹조현상은 여러 가지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 발생하는 것이고, 그 조건에는 긴 체류시간(느린 유속), 높은 영양염류(질소, 인 등), 높은 수온, 높은 일사량 등이 있다.

하지만 4대강 사업 완공 시기에 맞춰 고도처리시설을 가동하여 4대강의 인 농도가 낮아졌음에도 오히려 녹조 현상이 심각해졌다는 점, 녹조가 가장 심한 낙동강의 경우 기존에도 녹조현상이 심각했던 하류지역 뿐 아니라 중상류에 해당하는 대구, 구미, 상주 지역까지 녹조가 급격하게 증가한 점 등은 다른 요인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애초에 녹조현상은 하천이 아닌 호소, 즉 고인 물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현상이다. 실제로 외국에서 보고된 남조류로 인한 사망사고들은 대부분 저수지나 연못에서 발생했다.

결국 하천에서, 지금의 4대강에서, 녹조 현상이 이처럼 심각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4대강 사업에 의해 유속이 느려져 하천이 호소의 특성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낙동강의 경우, 4대강 사업 이전에 하구와 가까운 물금 등에서 심각한 녹조현상이 나타났던 이유는 낙동강 하구둑에 의한 정체현상 때문이었고, 지금 그 현상이 상류까지 번진 이유는 중간 중간 흐름을 정체시키는 8개의 보를 만든 4대강 사업 때문임은 더 없이 명확한 ‘사실’로 보인다.

녹조현상이 식수원에도?

우리가 흔히 ‘녹조현상’이라고 부르는 현상의 보다 정확한 명칭은 수화(water bloom)현상이다. 수화현상은 다양한 색을 가진 조류(藻類, algae)들이 대량 번식하여 물의 색이 녹색(녹조류), 남색(남조류), 갈색(규조류), 적색(홍조류) 등으로 변하는 현상을 통칭하는 말인 반면, 흔히 녹조현상이라고 부르는 현상은 바다에서 많이 나타나는 적조현상과 대비하여 민물에서 발생하는 나머지 대부분의 조류 번무 현상에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말이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여기서 어떤 색깔의 조류가 번성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대표격인 녹조류는 대부분 인체에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지 않고, 남조류(blue-green algae) 중에는 극미량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맹독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종이 여럿 포함되어 있다.

남조류는 지구상 최초의 생물인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의 다른 이름이기도 한데, 이름처럼 다른 조류와는 달리 세균의 일종이며, 수명이 오래되었을수록 세포파괴에 의해 생산한 독성 물질을 물로 내보내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즉 체류시간이 길수록 독성물질 노출 위험이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하며, 낙동강의 경우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체류시간이 10배정도 증가했음을 고려할 때 매우 심각한 문제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 들어 작년보다 한 층 업그레이드 된 녹조현상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도 바로 이 남조류이다. 원래 수질문제가 심각했던 낙동강 하류는 4대강 사업 이전에 이미 식수원으로서의 기능을 포기했으며, 그래서 유역권이 다른 진주 남강 물을 끌어오네 마네 논란이 많다.

한편, 낙동강 중상류의 경우는 수질이 양호해 대구·경북지역의 식수원으로 사용되고 있었으나, 올 해 이례적인 수준의 남조류가 검출되어 조류 관심단계를 발령하는 상황이 되었다.

게다가 더욱 큰 논란을 가져올 수 있는 조사 결과가 8월 26일 발표되었다. 바로 수도권 전 시민의 먹는 물 안전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남한강에서 사상 처음으로 기준치를 넘는 유해 남조류가 발견되었다는 결과였다.

여주보, 이포보 등에서도 유해 남조류가 확인되었으며, 하류인 월계사 부근에서는 남조류 조류개체밀도가 3,469 cell/ml로 기준치인 500 cell/ml의 7배에 근접한 수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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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중류 강정고령보 좌안에서 관측된 녹조, 2013년 8월 7일, <사진: 서풍 박용훈>

먹는 물 안전성과 원수의 안정성

이러한 결과에 대해 정부 측의 대응은 취수 위치를 변경하고, 정수 처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먹는 물의 안전성(safety)은 기본적으로 원수의 안정성(stability) 위에서만 확보될 수 있다. 왜냐하면 해당 지역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의 조류 농도와 원수 수질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담보로 시험운전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며, 다양한 정수처리 방법이나 녹조 제거 방법들은 각각 그 나름의 단점들과 부작용으로 인한 위험성을 수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녹조현상과 관련된 먹는물 안전성에 대해 기술적으로 처리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현재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이라면, 그리고 날조된 보의 필요성이나 사태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향후의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면, 결국 앞으로 매년 점점 더 심각해지는 녹조현상에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도박을 벌이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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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www.redian.org/archive/59448


* 이제는 4대강 사업이 이명박 정권의 대국민 사기극이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한 두 번의 분노로 끝나기에는 그것이 우리의 자연과 생태에 미친 상처는 깊고 크다. 과거는 단지 과거로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10여년전의 새만금 사업이 지금도 진행형이라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에 4대강 사업 등 반생태적 개발 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이현정씨의 글을 연재한다. 이 글은 노동당 웹진 R에도 함께 게재된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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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논란’ 속에 강이 죽어간다

2013년 8월, 살인적인 무더위 속에서 낙동강, 금강 등의 녹조라떼와 4대강 사업과 관련된 온갖 비리들로 여기 저기서 시끄럽다. 그러나 그 심각성에 비하면 언론의 보도 수위나 대중들의 반응은 날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적지근한 수준이다.

왜냐하면 애초에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의 연장선에 있었음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또한, 사업 전부터 그 거대한 대규모 토목사업이 ‘누군가’의 의지에 의해 필요성이 날조되었을 뿐 아니라 우리의 국토와 강에 돌이키기 힘든 상처를 남길 것이라는 우려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2007년 대선정국에서부터 시작된 대운하 논란은 2008년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하여 하천 계획과 관련된 모든 법적 절차를 벗어나 2008년 하반기 착공해서 2012년 준공하기까지, 그리고 논란이 이어지는 현재 2013년 여름까지 만 6년을 넘게 이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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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기사업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촉구 기자회견 모습(사진=녹색연합)

그 사이 녹색진영에 남은 것은-심지어 이렇게까지 말이 안되는 사업일지라도-한 번 삽을 뜬 사업은 멈출 수 없다는 또 하나의 전례 그리고 망가져가는 강들을 보며 느끼는 무력함이었을 것이다.

그럼, 4대강 사업은 이미 끝난 사업일 뿐인가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새만금의 경우를 먼저 보자. 1987년 대선정국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전북지역 개발 공약으로 본격화된 새만금 간척사업은,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되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새만금 사업 혹은 반대 운동은 2003년 33km의 방조제가 연결되며 끝난 일로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사업 초기 새만금 사업의 예산이 불과 8천2백억원에서 시작하여, 2010년 발표된 새만금 종합실천계획의 예산이 21조가 넘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또한 간척지의 본격적인 개발 사업이 지난 7월, 이제 막 시작되어 2020년에 완공될 예정이라는 사실이나, 애초에 법정다툼에서까지 농지용도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던 농업용수 수준 수질의 뚜렷한 개선 방안 없이 복합용도로 전환되어 개발된다는 사실 역시 마찬가지이다.

더 중요한 것은 새만금 갯벌과 그 생태계의 변화, 그리고 그러한 변화가 장기적으로 전지구적인 조류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 제대로 모니터링되거나 예측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끝난 사업, 끝난 싸움이라고 인식되는 한, 앞으로 진행될 새만금 간척지 개발사업은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4대강 사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작년 겨울 4대강의 보들은 처음으로 겨울동안 담수를 했다. 4대강의 물리적 구조와 생태계는 현재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올 초 남한강의 하상에는 뻘이 쌓여 재첩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낙동강 중상류의 느려진 유속은 인농도가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인 수준의 녹조가 번식했다.

이러한 변화들은 4대강 사업이 지금까지 들어 간 22조라는 예산이 무색할 만큼 엄청난 규모의 예산과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큰 댓가를 요구할 것임을 보여주는 시발점에 불과하다.

또한 4대강 사업에 대한 올바른 평가는 그 지천에서 추진중인 많은 댐 건설 사업에 대한 바른 판단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Stereotypy를 아시나요

2011년 장마철, 4대강 공사 현장에 다니며 여기 저기서 제방과 하상, 다리가 무너져 내리는 광경들을 보며, 그 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비가 한 번 내릴 때마다 같은 곳을 다시 정비하고 또 정비하는 포크레인의 모습이었다.

목이 긴 포크레인이 무너져 내린 돌을 하나씩 다시 집어 쌓고 있는 모습을 보면 흡사 한 종류의 생물같은 느낌이 들었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의 비정상적 반복행동을 스테레오타이피(stereotypy)라고 하고, 이는 할 일이 없는 동물의 좌절감의 표시라고 한다.

어쩌면 우리 자신의 모습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수없이 많은 개발 이슈들에 대해 끊임없이 싸우면서도 계속해서 같은 실수, 실패를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쩌면 우리는 너무 쉽게, 너무 빨리 좌절해버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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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올 때마다 그물은 진한 초록빛이었다. 버리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그물엔 청태(녹조류)만 잔뜩 끼어 있었다. 팔딱팔딱 뛰는 물고기는 한 마리도 없었다. “그물 당기기가 힘들기만 하고, 뭐 하나 사는 게 없어.” 강에 드리우고 7시간 만에 올린 그물을 보며 50대의 어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강바닥에 가득해 이른 봄 수입을 올려주던 재첩마저 온데간데없다”고 말했다. 껍데기만 남기고 ‘뻘’(개흙) 속에서 입을 벌린 채 다 폐사했다고 했다. 지난해 가을과 올봄의 상황이 또 다르다는 것이다. 자전거도로와 수변공원으로 단장된 강변의 겉모양과 달리 남한강은 더 이상 수중생물이 살아가기 어려운 ‘죽음의 강’으로 변하고 있었다.

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로 구성된 4대강조사위원회, 여주지역 주민들과 함께 지난 26일 둘러본 남한강 상류 강천보 일대의 생태계는 처참했다. 20~30년간 어업에 종사해온 주민들도 “이런 광경은 평생 처음 본다”며 고개를 저었다. 4대강 사업이 완료된 후 남한강에서 특정 생물종이 한꺼번에 폐사하는 현상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4대강조사위는 남한강 상류의 좌안인 경기 여주군 점동면 도리에서 수중 탐사·촬영 장비로 직접 강 속을 확인했다. 강바닥에서는 폐사한 재첩이 대량으로 발견됐다.

3~4m 깊이의 남한강 바닥을 탐사한 수중촬영 전문가 윤순태 감독은 “강 속은 20~30㎝ 앞까지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탁해져 있고, 강바닥에는 뻘흙이 거대한 묵덩어리처럼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뻘흙을 손으로 5㎝ 정도 파내자 아래에는 재첩의 사체가 쌓여 있었다”며 “과거에 이 지역의 남한강 수중을 촬영했을 때는 여울이나 소 등 다양한 환경이 있었는데 현재는 다 뻘층으로 변해 있다”고 말했다.

윤 감독이 강바닥에서 여러 차례 떠온 재첩들은 모두 입을 벌린 채 껍데기만 남은 상태였다. 재첩 폐사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떠온 강바닥의 토양은 미세한 입자로 구성된 뻘에 가까웠다. 분뇨 냄새 같은 악취도 심했다. 도저히 생물이 살아갈 만한 강바닥 토양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어민들은 지난해 가을부터 죽은 재첩이 발견되기 시작했으며 올 들어 폐사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재첩의 집단폐사를 얼음이 녹으면서 알게 됐고, 생업도 ‘꽝’났다는 것이다.

녹색연합 황인철 4대강현장팀장은 “재첩의 폐사 현상은 강천보뿐 아니라 여주보, 이포보 인근 등 남한강의 보 설치 구간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며 “이포보 인근에서 채취한 재첩들도 모두 같은 상태”라고 말했다. 유속이 느려지고 강바닥에 오염물질이 쌓이면서 산소가 고갈돼 재첩처럼 하천의 모래에서 서식하는 조개류가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남한강의 환경 변화 얘기는 물고기 감소로 이어졌다. 지역 주민 ㅇ씨가 강천보 인근에 쳐두었다가 걷어올린 자망에는 단 한 마리의 물고기도 없고 청태만 잔뜩 끼어 있었다. ㅇ씨가 오전 7시쯤 강에 쳐놓은 것을 오후 2시쯤 걷어올렸으니 약 7시간 만에 그물이 못 쓰게 될 정도로 조류가 달라붙은 셈이다.

ㅇ씨는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청태가 조금 끼긴 해도 물고기가 아예 잡히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며 “2월 말 처음 조업을 시작했는데 그 이후 물고기는 거의 잡지 못하고 그물값만 계속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폭 50m에 5만원 정도인 그물을 사서 물에 넣어봤자 일일이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청태가 잔뜩 끼어 있다고 했다.

ㅇ씨는 남한강 일대에서 어업을 생업으로 삼는 주민들 상당수가 그물값만 들이면서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어획량이 3분의 1, 많게는 5분의 1까지 급감했기 때문이다. ㅇ씨는 “17년 동안 물고기를 잡으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보가 생긴 이후 강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윤 감독도 “강 속에 오래 있으면서 살아있는 생물이라고는 다슬기 몇 마리와 물고기 한 마리를 봤을 뿐”이라며 “그나마 한 마리 발견한 물고기도 쉽게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가 잡아올린 민물고기 돌마자는 퍼덕거리지도 못한 채 힘없이 늘어져 있을 뿐이었다.

어민들은 남한강에서 많이 잡히는 누치도 머리만 크고 몸집은 마른 형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먹이를 찾기 어려워진 어류에 나타나는 특징이다. 비교적 생명력이 강한 편인 다슬기도 한 달 한 달이 다른 상황일 만큼 급감하고 있다고 했다.

어민이 물에 쳐놓았다가 끌어올린 그물에 청태가 잔뜩 끼어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어민이 물에 쳐놓았다가 끌어올린 그물에 청태가 잔뜩 끼어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물고기가 급격히 줄어들고 조류가 늘어난 이유를 물의 흐름이 끊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민들과 함께 배로 강천보 일대를 돌아본 국토환경연구소 이현정 연구원은 “그물을 못 쓰게 될 정도로 조류가 늘어난 것은 대형 보로 인해 남한강 물이 흐르지 않기 때문”이라며 “축산 분뇨 등 영양염류가 포함된 퇴적물이 강 속에 쌓이면서 조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양염류는 질소·인 등 염류를 이르는 말로 플랑크톤이나 바닷말 등이 증식하는 요인이 되는 물질이다.

이 연구원은 “상류에서 오염원이 유입되더라도 보가 생기기 전 강물의 흐름이 있을 때는 자정작용이 활발히 일어나고, 오염물질도 하류로 흘러내려가기가 쉬웠다”며 “강물이 정체되면서 오염물질이 강바닥에 퇴적되고 생태계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한강은 수면만 유심히 관찰해도 정상적인 강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둘러본 남한강 곳곳에서는 수면에 축산 분뇨 등 오염물질과 조류로 추정되는 잿빛 덩어리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이 연구원은 “겨울에 강바닥에 가라앉았던 부착 조류와 오염물질이 봄이 되면서 온도가 올라가고 바닥이 뒤집어지는 전도현상이 일어나며 수면으로 올라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도현상은 흐름이 있는 강에서는 일어나지 않고 물의 흐름이 없는 호소에서 생긴다”며 “현재 남한강의 물은 생물이 살기 어려운 상태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남한강 보 설치 구간의 유속은 보 설치 이전보다 1.7~3.2배가량 느려진 상태다.

환경단체들은 “재첩 폐사와 물고기 감소는 금강, 낙동강 물고기 떼죽음의 연장선상에 있는 일”이라며 남한강을 다시 생명이 살아숨쉬는 강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4대강 사업 이전처럼 물이 흐르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보 자체를 없애는 것인 셈이다. 이 연구원은 “보의 수문을 개방해 물을 간헐적으로 흐르게 한다고 해도 이전과 같은 환경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며 “보 해체가 이전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죽어가는 남한강의 생태계를 살리려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환경단체 사람들은 남한강 탐사를 마치는 길에 “4대강 생태계의 복원을 위해 박근혜 정부에 4대강 사업 검증단 구성을 위한 원칙과 방안을 다음달 초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죽은 재첩과 청태는 수중촬영 사진과 함께 증거물로 보여줄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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