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nocutnews.co.kr/news/4056326



국토환경연구소 이현정 박사가 배 위에서 백제보 인근에서 채취한 저질토의 냄새를 맡아보고 있다. (사진=고형석 기자)

국토환경연구소 이현정 박사가 배 위에서 백제보 인근에서 채취한 저질토의 냄새를 맡아보고 있다. (사진=고형석 기자)

4대강 사업의 부작용으로 보이는 현상이 금강 인근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역행침식으로 교량은 안전을 위협받고 있고 요트선착장 건설로 물의 흐름을 방해하면서 녹조와 수질악화의 우려를 낳고 있다.

또 강바닥에서 퍼서 쌓아놓은 모래는 주민 건강과 생활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고 물이 흐르지 않으면서 강바닥은 생물이 살 수 없는 저질토로 바뀌고 있다.

9일 대전충남녹색연합과 함께 4대강 사업 완공 이후 부작용이 발견되고 있는 금강 주변을 찾았다.

4대강 사업 구역인 충남 부여의 호암교.

지난 1987년에 만들어진 호암교는 얼마 전 조사에서 역행침식으로 교각 아래 물받이공이 떨어져 나가고 사석보호공이 유실됐던 곳이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역행침식으로 교각의 붕괴위험을 경고하고 있는 상황.

부여군은 최근 6800여만 원을 들여 보수공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우기를 앞두고 호암교는 여전히 붕괴위험에 놓여있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충남 규암면 금암리에 위치한 준설토적치장에서 포크레인이 모래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모래 선별작업 중 발생하는 비산먼지 등으로 인근 마을 주민들은 농작물과 호흡기 등 건강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고형석 기자)
충남 규암면 금암리에 위치한 준설토적치장에서 포크레인이 모래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모래 선별작업 중 발생하는 비산먼지 등으로 인근 마을 주민들은 농작물과 호흡기 등 건강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고형석 기자)
4대강 사업 공사 과정에서 나온 준설토를 쌓아놓은 부여의 준설토적치장도 4대강 사업이 완공된 이후 생기는 주요 부작용 가운데 하나다.

규암면 금암리에 위치한 준설토적치장에 쌓인 모래의 높이는 약 40m가량으로 거대한 산을 이루고 있다.

부여군은 이 모래를 선별해 올해 안으로 외부에 판매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리 녹록지 않은 상황.

모래 선별작업 중 발생하는 비산먼지 등으로 인근 마을주민들은 농사 등 일상생활과 호흡기 등 건강문제에 대한 민원을 충남도 등에 수시로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선별작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선별작업을 위해 하루 수십 대의 덤프트럭이 마을을 지나다니면서 소음과 먼지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게 환경단체의 설명이다.

환경단체가 4대강 사업의 폐해로 지목하고 있는 또 다른 현장은 부여 왕흥사지터 인근 금강 변에 설치된 요트선착장이다.

요트선착장 건설로 물의 흐름을 방해해 녹조 발생과 수질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인데 환경단체는 또 다른 요트선착장인 세종보 인근의 마리나요트선착장을 비교 대상으로 들고 있다.


이곳은 현재 거의 이용이 없는 상태로 인근에서는 큰빗이끼벌레가 대거 발견됐다.

부여 요트선착장의 경우 백제보 바로 아래 위치해 물의 유속이 그나마 있는 편이라 큰빗이끼벌레가 다량 서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마리나요트선착장은 세종보 위에 위치해 정체된 수역 안에서 큰빗이끼벌레가 다량 발견되고 있다는 게 환경단체의 설명이다.

이밖에 환경단체는 백제보 인근 강바닥에서 채취한 토양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날 국토환경연구소 이현정 박사 등이 배를 타고 나가 이른바 저질토를 채취했는데 강바닥에서 가져온 모래에서는 역한 분뇨냄새가 코를 찔렀다.

모래라기보다는 진흙에 가까운 점성을 보였는데 이는 유기물이 많다는 뜻으로 그만큼 오염물질이 쌓였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이 박사의 설명이다.

특히 유속이 느려지면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모래에 물이 통하지 않는 상태로 물고기가 살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현정 박사는 "강바닥에는 모래가 있고 그 안에 공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물고기들이 그 안에 들어가 살기도 하는데 강바닥이 이런 식으로 점도가 높은 상태가 되면 강바닥에서 사는 생물들은 살 수가 없고 여기에는 생태가 전혀 다른 생물들이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양흥모 사무처장은 "4대강 사업 완공 이후 녹조 조기 확산, 큰빗이끼벌레, 저질토 등 우리가 평소 볼 수 없었던 현상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금강의 역행침식 피해와 준설토적치장 인근 주민들의 고통에 대해서도 하루빨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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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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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pressian.com/m/m_article.html?no=118560


4대강 사업이 진행된 '낙동강' 보 일대에서 정체된 물에서만 서식하는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됐다. 또 강바닥은 진흙으로 변해 뻘밭이 됐고 고인 물에서 자라는 청태(녹조류)와 폐사한 물고기, 쓰레기가 강 곳곳에 뒤엉켜 심한 악취도 풍겼다. 환경단체는 "4대강 보로 인해 낙동강의 호수화가 진행 중"이라고 주장한 반면, 한국수자원공사는 "보와 상관없는 날씨 탓"이라고 했다. 

7일 '4대강조사단'과 '4대강복원 범국민대책위원회'는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강정고령보와 죽곡취수장, 달성보 상류 사문진교, 칠곡・구미・상주보 등 4대강사업 낙동강 보 일대에서 9시간가량 '4대강 현장조사'를 벌였다. 조사단에는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이현정 국토환경연구소 연구원, 김종술 환경운동연합 물환경특별위원,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등이 참가했다. 

▲ 대구 달성보 상류 사문진교 일대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를 들고 있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국장 ⓒ평화뉴스(김영화)


▲ 낙동강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 두 덩어리 ⓒ평화뉴스(김영화)


이날 조사에서는 영산강과 금강에 이어 낙동강 일대에도 큰빗이끼벌레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큰빗이끼벌레는 물속에 있는 돌과 수초에 붙어사는 북미가 원산지인 태형동물의 일종으로, 1㎜짜리 개체 수천 개가 단백질 같은 막으로 뭉쳐진 형태로 자라며 섭씨 16도 이하가 되면 자연 폐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인공호수나 저수지 등 물이 흐르지 않는 정체된 곳에서만 발견돼 호수지표종으로 분류돼 왔다. 낙동강과 같이 물이 흐르는 곳에서는 지금까지 발견된 기록이 없다.   

달성보 상류 사문진교 일대에는 이 같은 큰빗이끼벌레 수십 개가 군락을 이뤄 심한 악취를 풍겼다. 투명한 보호막에 청태가 달라붙어 강물 속에서는 육안으로 쉽게 구별하기 어려웠지만, 강변 100m를 따라 1m 간격으로 막대기를 찔러 건져 올리니 어른 손만 한 벌레 뭉치가 뭉텅이로 따라 올라왔다. 앞서 6일에는 "강정보령보와 죽곡취수장 일대에서도 이 벌레가 발견됐다"고 정수근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말했다. 그러나 7일 현장조사에서는 강정보령보 일대에서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되지 않았다.

김종술 환경운동연합 물환경특별위원은 "큰빗이끼벌레는 저수지, 댐, 호수 같은 유속이 느리고 물의 교란(흐름)이 없는 곳에서만 서식한다"면서 "이 벌레가 발견됐다는 것은 4대강 보로 낙동강이 더 이상 흐르지 않는다는 증거다. 4대강 호수화를 반증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또 "더 큰 문제는 기온이 떨어지면 이 벌레가 집단 폐사해 많은 공기를 소모하고 시체가 썩어 악취를 풍겨 수질오염을 불러올 것"이라며 "보를 열어 물을 흐르게 하는 것만이 죽음의 낙동강을 살리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 강정고령보 상류 500m지점, 수심11m에서 박창근 교수 연구팀이 채취한 강바닥 진흙 ⓒ평화뉴스(김영화)


▲ 저질토측정기에 담긴 죽곡취수장 일대 강바닥 진흙덩어리 ⓒ평화뉴스(김영화)


강정고령보와 죽곡취수장 일대 강바닥은 온통 '뻘밭'으로 변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와 연구팀이 이날 저질토측정기를 이용해 강바닥을 측정한 결과, 과거 낙동강 일대 강바닥에서 발견되던 모래와 자갈 대신 점성이 강하고 역한 냄새가 나는 검은 진흙 덩어리가 강 곳곳에서 발견됐다. 4대강 보가 생기고 난 뒤 물의 흐름이 느려지면서 모래가 있던 자리를 점성이 강한 진흙이 차지한 것이다. 

죽곡취수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강정고령보 바로 옆 죽곡취수장 주변 강바닥에서도 점도는 떨어지지만 비슷한 형태의 묽은 진흙이 발견됐다. 특히 모래 대신 진흙이 강바닥에 쌓이게 되면 공기가 들어갈 공간이 부족해져 산소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결과적으로 물고기가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한다.   

박창근 교수는 "강바닥이 진흙으로 코팅돼가는 과정"이라며 "유속(물의 흐름)이 없거나 느려지는 곳에서만 생기는 점토층이 벌써 낙동강 곳곳에서도 나타나는 중이다. 지금보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사람이 걸을 수 없을 정도로 푹푹 빠지는 뻘밭이 되고 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바닥이 산소가 없는 조건으로 변하면 혐기성(산소부족상태) 생물만 서식해 기존 어군은 낙동강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며 "4대강이 호수화가 되어가는 단계, 현재는 호수화 안정기에 접어든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 강정고령보 좌안에 낀 청태로 초록색으로 변한 낙동강 ⓒ평화뉴스(김영화)


뿐만 아니라 낙동강 보 주변과 교각, 바위에는 녹조류의 일종인 '청태'가 쓰레기와 뒤엉켜 악취를 풍겼다. 달성보 상류에 있는 사문진교와 강정고령보, 죽곡취수장 일대에는 짙은 초록색의 부유물인 청태가 물속을 가득 채웠다. 손으로 강바닥을 긁자 미역처럼 생긴 청태 덩어리가 줄기처럼 끝없이 따라 올랐다. 강정고령보와 죽곡취수장 주변에 밧줄로 묶어 놓은 부표에도 청태가 잔뜩 끼어 있었다. 

4대강조사단에서 활동하는 이현정 국토환경연구소 연구원은 "4대강 보로 물 흐름이 끊기고 퇴적물만 계속 쌓여 조류가 늘어나면서 호수지표층인 청태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청태와 진흙으로 강이 덮이면 산소가 부족해 물고기가 살 수 없을 것이다. 유기물질 사체까지 쌓이면 낙동강의 호수화는 급격히 빨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사문진교 일대에서 낚시를 하던 이모(67) 씨도 "낚싯대를 드리우면 물고기는 한 마리도 안 잡히고 청태만 올라온다"며 "평생 이런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 부표 밧줄에도 청태가 잔뜩 낀 모습 ⓒ평화뉴스(김영화)


달성보와 강정고령보 사이 낙동강 사문진교 일대에는 청태뿐 아니라 폐사한 물고기, 쓰레기, 큰빗이끼벌레까지 뒤엉켜 흉한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더러운 물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잉어는 쓰레기와 청태 사이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4대강 공사로 낙동강이 죽음의 강으로 변했다"면서 "호수화가 더 진행되기 전에 보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낙동강 달성보 상류 사문진교에 폐사한 잉어 ⓒ평화뉴스(김영화)

 
반면 이날 조사 현장을 찾은 한국수자원공사 수질환경팀 관계자는 "수온이 올라가 청태, 진흙, 큰빗이끼벌레가 생긴 것"이라며 "4대강 공사와 무관한 날씨로 인한 현상"이라고 했다. 또 "홍수기나 가을이 되면 자연히 녹조가 줄고 벌레도 죽는다"며 "여름에는 원래 진흙과 청태, 녹조, 벌레가 생긴다"고 반박했다. 이어 "큰빗이끼벌레는 유해한 생물이 아니다"면서 "오히려 오염지에서는 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적 우려가 있는 만큼 대응팀을 꾸릴 예정"이라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날 오후 낙동강 강정고령보에서 큰빗이끼벌레 관련 대책회의를 열고 '생태계 대응팀'을 구성해 앞으로 큰빗이끼벌레와 관련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단장은 한국수자원사업본부장이, 관리단장은 수자공 각 지역본부장과 수계통합물관리센터장이 맡을 예정이다. 

한편 '4대강조사단'과 '4대강복원 범대위'는 6~10일까지 5일간 4대강 사업이 진행된 전국 13개 보에서 현장조사를 벌인다. 이번 조사에는 환경단체 활동가와 전문가, 야당 정치인 등 50여 명이 참여한다.

평화뉴스=프레시안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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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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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www.redian.org/archive/61660


기이한 일이다.

4대강 사업이 완공된 지 일 년이 넘었는데, 한창 4대강 공사중일 때 보다, 4대강 곳곳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보다도 오히려 요즘 4대강 관련 보도를 훨씬 많이 접할 수 있다. 2013년 국정감사는 ‘4대강 국정감사’라고 해도 될 정도이다. 국토교통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뿐 아니라 13개 상임위 중에서 11개 국정감사에서 4대강 관련 질의가 나왔다니 말이다.

또한,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만에 나온 ‘충남도 금강 물고기 집단폐사 민관합동 조사단’의 공동조사 보고서가 10월 21일 공개되었다. 결론은 물고기 집단폐사의 원인은 4대강에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사고 직후 대한하천학회나 시민단체들이 제시한 ‘용존산소 부족으로 인한 폐사’라는 추정과 달라지거나 심도있는 내용도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을 뒤늦게라도 잘못을 바로 잡으려고 하는 노력으로 보고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할까? 아니, 그보다 뒷북은 알아서 치게 놔두고 우리는 지금까지 짚어 온 문제들을 바로 잡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책임자 처벌과 강의 복원

얼마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이준익 감독이 출연하여 자신이 연출한 영화 “소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2008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두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소원”은 사건의 처리 과정이나 가해자에 대한 처벌보다는 피해자가 삶을 회복해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따뜻한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감독은 “피해자에 대한 과중한 처벌을 주장하는 관성이 약간 비겁할 수 있다”며 “뉴스에 범인이 나타나면 ‘저 놈은 죽여야 해!’라며 본인의 도덕적 우월성”을 확보하면서 피해자의 삶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이 그치는 모습에 대해 지적하며 영화의 연출 의도를 밝혔다. 분노를 유발하고 그에 편승하는 것이 가장 쉬운 선택이라는 것이다.

인권을 유린하는 여러 사건들과 자연을 수탈하는 사업들은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지만, 특히 그러한 면에서 닮아있다. 가해자를 철저히 처벌하는 것은, 어리석은 반복을 피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지만, 가해자의 형량을 늘린다고 피해자의 삶을 돌이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잘못된 정책과정과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파괴된 자연은 책임자 처벌만으로 복원되지 않는다. 이렇게 변해버린 자연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는 당장 ‘범인’을 처벌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훨씬 더 중요한 일일 수 있다.

가해자에 대한 조치 -단순한 처벌이 아닌 단죄(斷罪)가 필요한 시점

책임자 처벌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정쟁에서 칼로 쓰이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수와 실패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 같은 오류를 반복하지 않는 데에 있다. 흔히 사용하는 ‘단죄(斷罪)’라는 단어의 본래 뜻은 죄를 끊어낸다는 뜻이다.

그 동안 목적 대규모 토목사업이 끊임없이 이슈화 되면서도 같은 패턴의 싸움이 반복되어 온 것은, 책임자 처벌과는 별개로 적어도 진정한 의미의 단죄는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의미한다.한 번 삽을 뜬 사업은 강행할 수 있으며, ‘먹튀’ 후에도 별 뒷탈 없이 더 큰 먹잇감을 찾아 나설 수 있는 사회. 그 사회가 만들어 낸 괴물이 바로 4대강 사업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지금 4대강 사업의 결과를 무기로 휘두르려는 많은 정치세력은 4대강 사업의 주체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민주-참여정부 10년동안 벌어졌던 개발사업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지금 국토 환경의 수호자인 것처럼 나서고 있는 세력들이 ‘경제’를 살리겠다는 미명하에 경제성도 없는 사업을 강행했던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의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이 사업을 빌미삼아 한 세력이 다른 세력을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이다.

그 주체가 누구이든지 한 사람, 혹은 한 편의 이익을 위해 대규모 토목사업이 추진되는 것이 불가능한 사회로의 이행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사회로의 전환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영주댐 건설, 댐건설 중장기계획 등을 멈춤으로서 가능하다.

이미 4대강 사업의 허구성이 드러나고 책임자 처벌을 논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진행 중인 사업들을 멈추지 못할 이유가 없다. 공정율을 따지며 매몰비용을 논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오류를 되풀이 하는 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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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성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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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댐 건선 예정지 하류 내성천 바닥의 자갈.
이전보다 많이 거칠어진 입자를 볼 수 있다.

피해자에 대한 조치 -복원, 재자연화, 자연성 회복… 문제는 내용

요즘 한국사회에서 4대강 이후에 달라진 강을 되살리기 위해 취해져야 할 조치를 의미하는 용어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단어는 ‘재자연화(renaturalization)’란 단어이다. 흔히 사용되는 ‘복원(restoration)’이란 용어가 아니라 재자연화라는 단어가 쓰이게 된 것은 복원이라는 단어가 원래의 의미와 다르게 남용되고 오염되었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에서 기인한다.

실제로 복원이라는 단어는 가장 일반적이며 포괄적인 단어로, 기술적이고 단기적인 보수에서부터 유역의 기능적인 복원에까지 폭넓게 쓰이고 있지만, 그런 만큼 실질적으로는 개발사업이면서 사업의 본질을 흐리고 좋게 포장하기위해 이용되는 경우도 많았다. 4대강 ‘살리기’ 사업 역시 죽어가는 강을 복원하겠다는 목표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 외에도 하천의 서식처로서의 기능을 강조하는 회복(rehabilitation)이나 소생(reviving)이란 용어도 사용된다.

용어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 의미나 사회적 용례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 중요성이 구체적인 내용의 중요성을 앞설 수는 없다. 복원이라는 단어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4대강의 재자연화가 필요함을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고 있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에 대해서는 합의된 바가 없다.

물론 개략적으로 공감대를 이룬 부분도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변화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심각하게 일어났다는 현상 인식과 그러므로 강은 다시 흘러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언젠가는 보를 철거해야 할 것이라는 정도이다. 문제는 그러한 내용을 어떤 사람들이 모여 논의할 것인지, 이미 일어난 변화에 대해 어떠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지,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모두 다른 상을 가지고 있으며, 거기에 각자의 정치사회적 이해가 결합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공간과 사람에 대한 애정, 그리고, 긴 호흡

대규모 개발사업은 그 자체로 인간성 상실의 단편을 보여줄 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파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경제적인 이익을 미끼로 사람들을 이간질시켜 분열과 싸움을 조장하는 일은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영양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한 장파천 일대의 마을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영양군수의 비리와 영양댐에 대한 언론의 관심으로 댐건설 반대 운동이 힘을 받던 와중에 열린 제2회 장파천 문화제에서는 도중에 경운기로 축제중인 교차로 한 가운데를 지나가며, 불편함을 나타내는 주민이 있었고, 며칠 후, 누군가 축제 때 만든 솟대를 베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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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양댐 건설로 수몰위기에 처한 장파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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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제2회 장파천 문화제에서 사람들의 염원을 담아 만든 솟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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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워진 솟대

경제적인 이익만이 위기를 낳는 것은 아니다. 며칠 전 도림천과 관련한 한 학술대회에서 나경채 관악구 의원은 “도림천에는 4년에 한 번씩 위기가 찾아온다고 알려져 있다.”는 발언을 했다. 청중들은 웃음과 함께 그 말이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해 곱씹었을 것이다.

자연 환경을 대상으로 정책을 만들고 그 정책을 본인의 치적으로 삼는 것은 이제 매우 일반적이다.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로인해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려 없이 정책이 세워지고, 그간의 추진 방향이 손바닥 뒤집듯 뒤집히거나 임기 내에 무언가를 완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계획을 추진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 또한 장기적으로 꼭 필요한 일들이 계속해서 유보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요즈음 밀양의 상황 때문에 다시 회자되고 있는 말이 ‘외부세력’이라는 말이다. 원칙적으로 지역 주민이외에는 모두가 외부세력으로 불릴 수 있다. 그러나 그 공간을, 그리고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과, 이들을 단순히 자신의 이익-그 이익이 경제적이든, 정치적이든, 혹은 둘 다 이든지-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사람들은 명확히 다르다. 후자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외부세력일 것이다.

진보정당이 다른 정치를 하겠다면, 여기서부터 다른 정치세력들과 달라야 한다. 개발과 지역의 현안을 정치적인 도약대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과 사람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지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오랜 시간 함께 고민하고 헤쳐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환경을 지키고 복원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자연 그 이상의 시스템과 인간 공동체 자체를 복원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환경운동의 오래된 구호,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Think Globally, Act Locally!)’는 여전히 유효하다.

4대강 재자연화의 과정이 4대강 사업처럼 전국 규모에서 일괄적으로 적용된다면, 그것은 제2의 4대강 사업과 다를 바 없는 사업이 될 것이다. 그 과정은 지역의 문제를 면밀히 검토하고, 당사자들의 의견을 모으는 절차를 거쳐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때로는 당사자로, 때로는 든든한 지원군으로 지속적으로 연대하며 해결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질서

대부분의 환경문제는 상당부분 우리가 저지른 난개발의 결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은 하나도 놓치지 않으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그러나 많은 사례들이 삶의 방식의 변화와 양보 없이 기술발전만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4대강 사업은 경제적 목적을 가진 특정 세력의 강력한 의지와 권력에 의해 추진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자연의 힘에 대한 경시와 인간의 기술에 대한 오만함이 사회 전반적으로 깔려있기에 가능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4대강 사업이후 홍수피해액이 8배나 증가했으며, 보호동물 28종이 낙동강을 떠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주댐은 여전히 건설 중에 있고, 댐건설 중장기 계획에는 10년 내에 14개의 댐을 건설할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4대강 사업으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천 차원에서 ‘고향의 강 정비사업’ 등 여러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우리는 무력감을 느끼며 같은 싸움을 계속 하게 될지도 모른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구호 중에 가장 직관적인 구호 중 하나가 ‘강은 흘러야 한다.’는 구호였다. 그러나 훨씬 더 긴 시간과 공간 차원에서 보자면 강들은 4대강 사업과 상관없이 언젠가 다시 흐를 것이다. 다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얼마나 강이 주는 혜택을 누리며 조화롭게 살 것인가는 우리 스스로의 몫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결국 그 결과는 우리에게 고스란히 돌아 올 것이다.

강과 사람 모두를 위한 새로운 질서가 절실히 필요한 것은 바로 우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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