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성과, 그리고 드러난 문제들

앞에서 살펴본 진보 정당 내부에서의 녹색활동과 관련 된 역사에서는 일정한 성과와 함께 많은 문제들이 보인다.

3.1. 성과들

민주노동당, 청년진보당에서 정의당에 이르기까지 진보정치 영역에서 ‘녹색’은 끊임없이 호출되어 왔다. 처음 당의 강령에 선언적으로 포함되어졌던, ‘환경’과 ‘녹색’은 당 내부의 논의과정과 선거를 거치며 구체적인 실체를 가지게 되었다.

청년진보당의 청년환경센터, 민주노동당 환경위원회를 시작으로, 2007년 대선 시 민주노동당 녹색정치 사업단은 당내 대통령 후보들의 녹색점수를 평가하기도 했다. 2008년 진보신당 창당 시에는 녹색의 가치가 진보정당의 전면에 서게 되었으며, 이러한 흐름은 당내 녹색정치위원회뿐만 아니라 에너지정치센터, 태양광발전소 및 초록배움터 건립으로 이어졌다.

진보신당에서는 지역의 녹색위원회도 구성되면서, 보다 자주 일상적인 차원의 모임은 물론, 북한산 케이블카 반대운동과 같은 지역의 개발 이슈에 일상적으로 연대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당 내의 장애인위원회와 연대하여, 케이블카 건설의 빌미로 언급되는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하여 “모든 욕구가 권리일 수는 없다”며 쟁점을 바로 세우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며, 그간 당 내부에서 꾸려온 무지개 연대를 위한 노력이 빛을 발하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들과 함께 녹색정치의 주체적 역량이 커지고, 필요성이 확산되어 온 것은 사실이다. 녹색정치의 사회적 요구가 커지며, 2012년 녹색당의 창당 이후, 기존 진보정당들 사이에서도 향후의 방향성으로서 ‘녹색’은 끊임없이 호출되어 왔다.

3.2. 논쟁의 회피와 당 차원의 가치정립 실패

진보정당 안에서 녹색정치의 성장과 발전 과정이 있었지만, 일정 시기 이후, 기존의 진보정치 그룹 내에서의 환경/생태에 대한 인식과 실천은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퇴보한 느낌마저 든다. 20년 전의 좌파들의 환경 인식에 대한 비판이 여전히 유효하고, 선언적인 ‘녹색의 호출’과 추상적인 수준의 논쟁이 반복되는 것은, ‘녹색’의 문제를 진보정치의 영역으로 ‘화학적으로’ 소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논쟁, 혹은 토론을 회피하면서 올바른 ‘공통의’ 가치를 정립하는 데 실패한 탓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예로 2005년 황우석 사태에 민주노동당 내에서 생명윤리에 관심이 많은 당원들은 논의와 발언을 여론의 뭇매를 이유로 자제시킨 사례가 있다. ‘파시즘’과 ‘위안부’ 비유 논쟁의 당사자로서 책임을 지고 당직을 사임한 노현기 전 민주노동당 부평구위원회 부위원장은 황우석 사태의 진실이 밝혀지고 난 후 또다른 기고를 통해 “침묵, 때로는 죄악이었다”(29)며, “과연 정치권과 언론이 정말로 황우석 연구에 제기되는 의혹을 모르고 있었나? 아니 그 이전 황우석 연구 과정에서 난자제공 과정의 윤리문제를 그렇게 쉽게,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희생시켜도 되는 것이었나?”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말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징표이다. 말(言)은 생물들 간에 종(種)을 구분 짓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이다. 그리고 현실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저항이다.”라면서도 “그러나 이제 두렵다”며 매일노동뉴스에 연재하던 <여성과 노동> 칼럼 연재를 중단했다.

3.3. 녹색 ‘정치’ 대신 녹색 ‘부문’만 남아

진보신당 초기 녹색의 가치를 전면에 내걸고 다양한 활동들을 시작했음에도, 부문위원회라는 형태의 한계와 중앙당의 부문위원회에 대한 철학 부재로 많은 부침을 겪고 논란이 되었다. 앞에서 언급한 녹색특위 간사직 폐지 시 중앙당의 “부문/과제별 위원회 건설 원칙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과 녹색정치위를 인준할 경우 다른 부문위도 도미노처럼 인준할 수밖에 없다는, 그리하여 당 조직과 예산이 방만해질 수 있다”는 발언은 말 그대로 녹색정치의 영역을 다양한 가치를 병렬식으로 늘어 놓은 것 중 하나로만 사고함으로써, 이미 활기를 띠기 시작한 녹색 정치의 싹을 잘라버린 것과 다름없다. 또한, 녹색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문에 대해 당원들 ‘개인’의 요구와 관심사를 알아서 해소할수 있는 장으로 여길 뿐, 당의 정책과 정치적 방향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는 사고하지 않음으로서 ‘예산낭비와 방만함의 애물단지’로 인식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진보신당에서의 토론의 부재와 ‘하고 싶은 사람이 해라’는 ‘부문’에 대한 무책임한 인식은 과거 민주노동당의 “‘적녹정치’에 대한 푸대접”과 “선거 때 잠시 구호로 쓰이는”(30)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며, 부문운동 자체의 위상 하락과 함께 녹색의 가치 역시 실질적으로 당 ‘정치’의 영역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2010년 지방선거를 전후로, 당의 이름을 걸고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녹색 활동들보다는 4대강 반대투쟁 등 외부 연대투쟁에 참여하는 형태의 활동들이 주를 이뤘다. 2010년 중앙당의 “당원이 실천하면 4대강을 살릴 수 있습니다! 당원 실천 사항 (제안)”(31)에 대해 한 당원은 “청소년이 주축인 4대강 카페 행동방침”인 줄 알았다며, 당이기 때문에 “청소년성, 아마튜어성 행동방침 나열”만으로 98%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이러니 싸움 성과를 날로 민주당에 갖다 바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3.4. 선언적 ‘녹색’의 남발

진보정당 내에서의 녹색정치의 여정 속에서 치열한 논쟁의 회피와 부문운동으로의 전락이라는 현실과는 달리, ‘녹색’의 호출은 더욱 잦아졌지만 모두 선언적인 수준에 그쳤다. 본인 역시 녹사연의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김현우 전 녹색위원장은 이 과정에 대해 “결정적으로 진보신당에서 가장 큰 세력이었던 녹사연은 녹색사회주의 노선을 단지 참칭만 하다가 2013년 재창당을 거치며 사실상 폐기했다”고 평가하며, “다만, 녹색사회주의를 선택할 때에도 버릴 때에도, 붉은 장미를 선택할 때에도 버릴 때에도 어떤 심각한 논쟁이 없었다는 것 역시 적어둔다.”고 정리하고 있다.(32)

물론 이러한 과정은 진보정치 전반의 쇠락과 떨어트려 생각할 수 없다. 녹색을 호출한 녹사연 등의 집단이 진보정치 쇠락을 타개하는 방향성으로 ‘녹색’의 가치에 주목했다는 점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러한 호출을 단지 선언적인 차원에서의 녹색의 남용, 남발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은, 녹색 ‘정치’의 영역은 녹색을 선언하는 주체의 진정성의 문제가 아니라 당 차원의 실질적인 이념으로 만드는 과정과 당의 정책으로 가공해 내는 실천의 문제일 것이기 때문이다.(33) 물론 이러한 구체화, 전면화 과정의 실패 역시 진보정치의 전반적인 쇠퇴라는 맥락과 분리해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녹색정치 성찰과 전망

4. 녹색정치의 전면화를 향한 전망

진보정당 내에서의 녹색 운동들이 녹색 ‘정치’의 단계로 발전하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진보정당들 안에서 녹색은 부문의 문제로 축소되거나 중심의 가치로 삼아야한다고 선언되기만 했을 뿐, 당 차원에서 전면적이고 적극적으로 채택되어 각 사회영역의 문제들에 대한 판단 근거로 작동하거나, 구체화된 정책을 제안하거나, 궁극적으로 새로운 사회상을 제시하는 단계까지 발전하지 못했다. 이는 과거의 환경-생태 운동이 가진 실질적 한계 및 오해와 함께, 여러 차례 선언되었던 진보적인 녹색정치에 대한 논의가 추상적 수준에서 머물렀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제안할 수 있는 전망 역시 그다지 높은 구체성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그렇지만, 그 간의 생태주의가 진보정치 안에서 오해되거나 명확히 배제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 정리하고, 녹색의 문제를 세대간/세대내 평등의 문제로 바라보는 틀을 다시 한 번 제안함으로서, 녹색의 가치를 사회 전반에 걸친 가치 체계로 수용하고, 새로운 진보정당의 전면에 내 걸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려고 한다.

■ 회귀주의가 아닌 생태적인 미래시대로의 전환 -반회귀주의/반봉건주의

새로운 녹색정치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새로운 상태의 미래상을 제시해야 한다. 산업화 이전의 시대에 대한 낭만주의나 향수를 바탕으로 한 생태주의는 과거의 시대가 기대고 있는 봉건사회의 문제를 간과하고 여성주의나 LGBT운동, 다양한 형태의 가족, 반권위주의 운동 등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명백한 ‘진보’의 가치로 인정하기에 주저함이 있어왔다.

전근대적인 사회가 모두 지속가능하고 생태적인 사회였던 것은 아니었음은 잘 알려져 있다. 관건은 그 시대의 인구, 소비수준, 기술 등이 그 지역 혹은 전지구적 차원에서 생태계라는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서는가 아닌가이다. 과거의 많은 사회는 적은 인구, 낮은 소비 수준과 기술로 인해 그 한계 안에서 유지되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봉건주의적인 시대상 자체가 아니라 시스템의 한계 안에서 조화롭게 사는 지혜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기술에 있어서도 무조건적인 배척이 아닌 사회의 모습에 맞는 ‘적정기술’에 대한 고민과 함께 새로운 미래상을 구체적으로 그려야 한다.

■ 시스템의 한계 인식을 통한 능동적인 전환 -세대간 분배정의

환경의 문제가 지속가능성, 혹은 지탱가능성(34)의 문제로 인식되며 미래세대를 고려한 세대 간 평등의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막연하고 추상적인 수준에서 끝나거나 허울 좋은 수사로만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보다 구체적으로 시스템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 한계 내에서 공존하는 방법을 능동적으로 찾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핵폐기물 문제는 현재 사회에서 발생한 수용한계의 초과용량을 미래로 떠넘기는 문제로, 난개발 문제는 현재의 사용한계의 초과 용량을 미래로부터 빼앗아 오는 문제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국립공원 케이블카 문제도 장애인 보행권의 문제와 충돌하는 것처럼 포장되는 경우가 많다. 이 사안을 세대 간 평등의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장애인, 노약자들이 산을 즐길 수 있는 수단이 되더라도, 그 수단으로 말미암아 미래의 장애인, 노약자들-뿐 아니라 사실 그들 이외의 누구도-이 온전한 산을 즐길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세대 간 분배정의에 위배된다.

이렇듯 시스템의 한계를 적극적으로 파악하려는 노력은 과거와 같이 환경문제를 인간과 자연의 대립으로 바라봄으로서 규제와 윤리의 문제로 환원시키지 않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시스템의 한계를 정량화 하려는 시도들은 생태발자국(Ecological Footprint) 지수 등 형태로 정량화하려는 노력들이 있는데, 이러한 개념을 적극적으로 채용하여 ‘생태적인 적자’를 내 다른 지역, 혹은 미래세대에게 빚을 지지 않는 사회로의 전환을 꾀할 수 있다.

■ 녹색과 경제의 대립이 아닌 ‘다른’ 경제로의 전환 -반자본주의 녹색노동정치

앞에서 제시한 시스템의 한계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지금까지 ‘성장의 한계’라는 이름으로 제안되어 온 내용이기도 하다.(35) 성장의 한계는 경제가 더 성장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을 것 같은 공포감을 바탕으로 정치 영역에서 외면되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어느 수준에 근접하면 이후부터는 소득이 얼마나 늘어나든지 삶의 질이 더 이상 높아지지 않는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성장의 한계’를 생태사회주의에서는 ‘생태주의는 자본주의적 양적 성장과 양립할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제의 양적 성장을 곧 발전으로 규정한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업의 이윤을 위해 경제성 자체가 허구로 꾸며진 경우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사실을 국민 모두가 알고 있어도, 콩고물에 대한 기대, 혹은 국익과 대기업의 이익 동일시하는 인식 때문에 동일한 상황이 반복된다. 심지어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 사업도 때를 기다렸다가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과정에서 자연과 노동자 모두 착취 혹은 수탈당하고 노동은 돈을 벌기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녹색정치는 반자본주의적인 녹색-노동 정치가 되어야 한다. 가치 있는 무언가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를 파괴하는 노동은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가치를 잃어버리고 평가 절하된 노동이다.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당장은 관련 직종의 노동운동과 상충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노조의 이익집단화나 우경화를 막고 ‘노동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생태적인 사회를 바탕으로 한 다른 경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발전과 노동 모두 새로운 기준을 통해 생태적으로 재정향(再定向: reorientation)할 필요가 있으며, 실제 철거노동자가 도시환경운동의 주체가 된 사례도 존재한다.(36)

프랑스의 좌파 생태주의자 고르츠(Andr Gorz)는 1978년에 발표한 「에콜로지스트 선언(37)」에서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로부터 우리가 향후 어떠한 체제를 건설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이끌어낼 수는 없으며, ‘생태파시즘’과 ‘생태사회주의’라는 두 가지 가능한 길 가운데 자신이 후자를 선택하는 것은 단순히 성장한계론에 대한 ‘적응’이 아니라 정치적 윤리적 ‘결단’의 소신(이범(1995a) 재인용)”이라고 밝혔다. 물론 녹색 ‘정치’에서 이러한 전환을 ‘개인’의 윤리적 결단의 영역으로 내 몰아서는 안 된다.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경제적인 이익을 미끼로 사람들을 이간질시켜 분열과 싸움을 조장하는 일은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진보적인 녹색정치는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의 녹색-경제의 대립항 구도 자체를 허물고 ‘다른’ 경제로의 전환을 주도해야 한다.

■ 지역 자립과 다원적 가치 체계로의 전환 -세대내 분배정의

앞의 이야기들이 실현 가능성을 확보하면서, 환경정의의 입장에서 또한 설득력을 가지려면 공간적 차원에서의 (전 지구적 차원에서의 국가 대 국가, 국가 내에서의 지역과 지역, 지역 내에서의 지구와 지구) 분배 정의를 고민해야 한다. 이를테면, 앞에서 이야기한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서는 부담을 미래세대로 떠넘기는 문제인 만큼, 다른 국가/지역/지구로 떠넘기는 환경제국주의 현상이 어디에나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한계를 파악하는 기본 시스템 단위로서 특성에 맞는 다층적인 위계를 가진 공간 단위를 설정하고, 그 안의 자립과 자치를 지향할 수 있다. 이러한 시도들은 이미 생태학 등 자연과학의 영역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물 관리의 기본 단위인 유역 단위의 위계를 설정하고, 대유역별 유역 관리청 설치 및 소유역별 (수질오염원) 총량관리 등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에너지 정책, 지역 경제 등에서도 마찬가지의 접근이 필요하다. 핵심적인 산지나 마을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단위는 어느 규모가 적정한지, 혹은, 정 반대 방향의 접근으로, 에너지 측면에서 어떠한 방식의 도시 시스템이 바람직한지 고민이 필요하다.

진보정치 영역에서 흔히 ‘지역’은 ‘하방’의 공간이나 중앙정치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반정립되어 왔다. 여기서는 ‘지역’을 ‘인간 생태계’의 기본 단위 중 하나로 사고하기를 제안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의 자립 역시 기반이 되는 자연 시스템과 여기에 적응해 온 지역의 ‘고유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여러 지역의 고유성이 모여 ‘다양성’을 이루는 사회로의 전환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성공적이려면 개발과 지역의 현안을 정치적인 도약대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과 사람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지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오랜 시간 함께 고민하고 헤쳐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위에서 제안한 네 가지 전환은 그 간에 ‘녹색’의 가치가 받아왔던 오해들로 인해 정치의 영역에서 구체화되지 못했던 활동들이 녹색 ‘정치’가 되기 위한 방향성이다. 이러한 방향성과 맥락을 같이하는 흐름으로 예를 들 수 있는 것이 ‘지역순환경제’ 혹은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의 구축이며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로컬푸드 등의 형태로 실험되고 있다. 과거 공동체의 장점을 가져오되 회귀적이지 않고, 지역 경제 자체를 지속시키기 위해 시스템의 한계를 넘지 않으며, 노동의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지역의 자립을 꾀한다는 원칙을 잘 지킨다면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이제는 다른 다양한 진보적인 가치들과의 충돌,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비난, 옛날로 돌아가자는 회귀주의라는 오해, 개인을 비난하는 윤리주의에 기반한 운동에 대한 반발감을 넘어, 생태적으로 바람직한 사회상과 그 새로운 사회의 산업구조 및 이행 전략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생태계의 한계를 적극적으로 사고하는 ‘좌파’이면서, 동시에 체제의 문제를 도외시하지 않는 ‘생태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5. 녹색 ‘정치’로의 전환을 위하여

녹색정치라는 거대한 주제를 놓고,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의 다사다난한 진보 정당사 내에서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 글은 결국 졸작이 된 것 같다. 그래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안에서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문제제기가 있어왔고 그에 따른 일정한 성과들이 있었다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영역으로서의 확장은 아직 충분치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는 것이다.

2016년 총선을 채 1년도 남기지 않은 현 시점에서, 이 나라의 상황은 과거의 어느 때 보다 여러 가지 위기를 겪고 있다. 녹색정치의 입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생태사회로의 전환은커녕, 환경 정책은 끝도 없이 역행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수십년 동안 이어져 온 하천법의 발전 과정을 역행하는 ‘친수구역 특별법’을 제정하고 활용한 경험은 이제 ‘산지관광 특구법’으로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와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추진 등 국립공원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확정된 제7차 전력 수급기본계획은 신규핵발전소 4기 건설을 목표 발표했고, 한수원은 이 목표를 무리없이 달성하고자 의료봉사를 통해 영덕 지역주민들의 환심을 사려는 노력 기울이고 있다.

지금의 상황은 과거의 정치의 실패 혹은 부재로부터 기인한다. 과거의 환경 운동, 녹색 활동의 반복된 실패는 개발 세력들에게 ‘한 번 삽을 뜬 사업은 강행할 수 있으며, ‘먹튀’ 후에도 별 뒷탈 없이 더 큰 먹잇감을 찾아 나설 수 있음’을 학습시켰다. 이러한 학습이 가능했던 것은 대규모 개발사업에서 이익은 소수가 챙기고, 그 뒷감당은 국민 전체와 미래세대가 하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무지’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누군가 큰 이익을 얻을 때, 그 언저리에서 콩고물이라도 떨어지기 바라는 사람들의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실패를 극복하고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이제는 자기만족적인 운동을 넘어 시스템의 변화를 만들어 내야한다. 그리고 그 방식은 과거 진보정당 내에서의 녹색 운동의 흐름처럼 한편으로는 제한된 논의 안에서 ‘부문’운동으로만 사고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선언적인 차원에서 호명되는 차원에 그치는 과오를 넘어서야 한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기존의 한계를 뛰어 넘어 현실적인 진보적 녹색 정치의 시기로 전환하기 위하여, 반회귀적이며 반봉건적인 녹색정치, 반자본주의적인 녹색-노동 정치라는 반정립적인 지향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녹색의 문제를 세대간 분배정의와 세대내 분배정의의 틀로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이러한 틀 역시 여전히 충분히 구체적이지 못하며, 많은 한계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이 발제문이 그 간의 쉽지 않은 진보 정당의 역사 속에서 녹색 운동 영역의 역사를 한 번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어, 그 한계를 극복하고 ‘녹색 정치’로 나아가려는 논쟁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한다면, 발제자의 소기의 목적은 이미 충분히 달성 된 것일 테다.

또한, 부디 이러한 논쟁이 더욱 발전되어 지금까지의 어려운 진보정치의 시대를 넘어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려는 진보결집 더하기의 길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하나의 의미있는 좌표가 되기를 바란다.<끝>

<참고>

(29) 관련기사: 매일노동뉴스, 황우석 사태의 끝에… 말(言)과 침묵

(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59988)

(30) 노동당 게시판: Re: 적-녹정치를 무시했던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전철을 되밟지 말아야

(www.laborparty.kr/bd_member/463852)

(31) 노동당 게시판: 당원이 실천하면 4대강을 살릴수 있습니다! 당원 실천 사항 (제안)

(www.laborparty.kr/bd_member/701408)

(32) 노동당 게시판: 녹색사회당이라는 잊혀진 그리고 버려진 꿈에 대하여

(www.laborparty.kr/bd_member/1603036)

(33) 사실 진정성이나 생태적 감수성에 대해서도 할 말은 많다. 노동당 2013년 당대표선거 당시 나도원 후보의 공약 중 ‘마지막 “약속” ⑦ 녹색좌파의 곧은길과 신작로에 동행하자!(www.laborparty.kr/bd_member/1458346)’에서 ‘녹색좌파’의 길을 ‘곧은 길’과 ‘신작로’로 비유한 것을 보고 생태적 감수성의 빈곤을 느낀 것은 단지 필자가 과민한 탓일까? 어쨌든, 이러한 문제는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34) 흔히 ‘지속가능한 발전(SD: Sustainable Development)’으로 불리는 개념의 풀네임은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ESSD: Environmentally Sound & Sustainable Development)’이다. 이렇게 줄여 부름으로서 발생한 가장 큰 오해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개념이 ‘발전’ 그 자체가 계속 지속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sustainable’을 ‘지속가능한’으로 번역하기 보다는 ‘(환경이) 지탱가능한’ 발전으로 번역해야한다는 주장도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35) 다만 자연 시스템을 다 담아 낼 수 없는 경제학의 용어를 생태학의 용어로 대체했을 뿐이다.

(36) 관련기사: 오마이뉴스, 건설노동자, 세계최초 ‘도시환경운동’ 주도하다

(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057200)

(37) 조홍섭 편역, 1984, 현대의 과학기술과 인간해방, 한길사

<참고문헌>

김현우, 2009, 당 정치활동의 방향과 부문위원회의 위상에 대하여, 부문위원회 토론회 “이제는 말할 수 있나?” 발제문.

문재현, 2004, 민주노동당과 녹색정치, 청년환경센터 주관 토론회 “녹색정치 얼마나 진전되었나?” 발제문.

심재옥, 2009, 당의 부문위원회 운영 어떻게 할 것인가?, 부문위원회 토론회 “이제는 말할 수 있나?” 발제문.

이범, 1995a, 생태주의 세계관에 대한 비판적 고찰, 성균 56호 66-75.

이범, 1995b, 좌파의 눈으로 환경위기를 보자, 학회평론 10호 42-66.

이헌석, 2009, 탈핵에너지 정보센터 구성을 위한 질문들, energyjustice.kr.

최광은, 2004, 녹색좌파(Green Left)를 꿈꾼다, 청년환경센터 주관 토론회 “녹색정치 얼마나 진전되었나?” 발제문.

한재각, 2003, 녹색정치에 관한 짧은 의견 -과학기술운동 활동가의 시각에서, 제1회 녹색정치포럼 “한국 녹색정치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가칭)녹색정치준비모임 결정을 제안한다” 의견문.

[Web sites]

노동당(구 진보신당) 게시판 www.laborparty.kr

삶이 보이는 창 게시판 www.samchang.or.kr

에너지정의행동(구 청년환경센터) 게시판 www.energyjustice.kr

정의당 진보정의연구소 www.justicei.or.kr

진보신당 녹색평당원모임 카페 cafe.daum.net/greenjinbo

진보신당 녹색위원회 카페 cafe.daum.net/newjinbog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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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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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결집+]에서 기획하고 있는 <진보정치 혁신을 위한 연속토론회>의 첫 번째 토론으로 ‘진보정당 안에서의 녹색정치, 성찰과 전망’을 8월 29일 진행했다. 짧지 않은 시간의 진보정당과 녹색정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망한 글이다. 이현정씨가 발표한 주제글을 필자와 주최 측의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발표문의 분량이 많아 2회에 나누어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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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진보정치 영역에서 환경, 혹은 녹색이 호명되기 시작한 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 안에 진정한 ‘녹색정치’가 있었는가에 대한 평가는 쉽게 결론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진보정치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나아가는 것을 당면 목표로 하는 진보결집 더하기는 진보정치가 결집하는 지금의 과정이 양적 확대에 머무르지 않고, 이전 시기의 진보정치에 대한 평가와 혁신의 과정이어야 한다고 여기고, 그 혁신에 대한 논의의 첫 번째 주제로 ‘녹색정치’를 선택했다.

진보정당 안에서의 녹색정치는 이제 막 만나려는 단계라기보다, 이미 오래 전 시작된 것으로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 단적인 예로 이미 15년 전인 2001년 청년환경센터(준)가 제안하고 민주노동당 교육위원회, 청년진보당 환경위원회 등이 참여한 긴급토론회 <진보정당, 환경운동 그리고 녹색정치>의 발제 중 하나의 제목이 초안에서 제시된 토론회 제목과 거의 유사한 <진보정당과 녹색정치, 과연 어떻게 만날 것인가>였음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논의를 시작으로 진보정당 안에서의 녹색 관련 활동들은 환경위원회/녹색위원회 설치와 포럼 운영, 다양한 관련 기관의 설립, 총선 및 지방선거에서의 녹색후보 출마 등 양적으로 매우 풍부한 양상을 보였다. 또한, 2012년에는 기존의 진보정당 흐름들과는 구분되어 녹색을 전면으로 내세운 ‘녹색당’이 창당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8년 진보신당 창당 시 전면에 내건 ‘보다 녹색으로, 보다 적색으로’라는 슬로건으로 상징되는 진보적 녹색정치의 포부가 8년이 지난 지금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는 사람은 없으며, 여전히 앞으로의 지향성으로만 떠돌 뿐이다. 또한 20년 전 지적된 좌파들이 환경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비판(1)과 함께 생태주의에 대한 오해들은 여전히 유효한 지점이 많다.

이 글에서는 앞으로의 녹색정치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우선 진보정당들의 역사 안에서 ‘녹색’의 가치가 어떻게 자리 잡고 실현되었는가 살펴본다. 특히 녹색의 논의가 상대적으로 풍부했던,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의 내부에서 진행되거나 논의되었던 관련 사안들을 가능한 구체적으로 정리하였다. 또한, 이 과정에서 달성된 성과와 드러난 문제점들에 대해 정리하고, 이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전망을 제시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2. 진보정당 안에서의 녹색정치 흐름들

2.1. 개요

진보정치 내에서의 녹색정치와 관련된 발전과정과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먼저 진보정당별 녹색활동, 녹색 정치와 관련된 사안들을 정리하였다.(2) 2002년 녹색연합과 환경운동연합 등이 주축이 되어 창당한 녹색평화당이나 이후 사민당과 녹색평화당이 합당한 녹색사민당 등은 정당으로서의 일상적인 정치활동을 거의 수행하지 못하고 실험적인 형태에 가까웠으므로(최광은, 2004) 여기에서는 제외하였다. 또한, 이 부분은 진보정당 역사 안에서의 녹색정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주 목적이 있기 때문에, 최근의 사안들 보다는 녹색정치와 관련해 많은 논쟁이 있었던 2000년대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활동과 논의들에 보다 무게가 실려 있음을 미리 밝힌다.

2.2. 민주노동당

민주노동당은 강령에 지속가능성을 향한 통합적 환경정책, 미래지향적인 대안사회로의 지향(환경친화적,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 환경의식의 확산과 심화를 위한 환경교육 등을 명시하며 ‘친환경적인 대안사회’로의 지향을 명문화했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장 이문옥 후보에 대한 환경운동연합의 평가를 두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고,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는 고속철도 울산역 유치 촉구로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한 당원이 중앙당 게시판에 ‘고속철도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일관된 정책’을 요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이후 환경위원회의 설치로 이어졌다.

■ 민주노동당 환경위원회의 설치와 2004년 총선

민주노동당 환경위원회(준)는 중앙당의 판단에 따라 위원장 및 간사가 선임되는 여타 위원회와는 달리 2003년 말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구성하고 위원장과 간사를 스스로 선출하면서 설치되었다. 이후 2004년 총선을 위해 여러 차례 토론을 거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자원순환, 환경정의, 지속가능성’ 원칙을 중심으로 세운 ‘녹색나라를 위한 민주노동당의 약속’이라는 이름 하의 여러 공약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공약의 내용으로는 ‘2035년 핵 없는 나라’, ‘핵발전소 추가 건설 중단 및 단계적 폐지’, ‘재생가능한 에너지 체계로의 전환을 위한 에너지 시나리오’, ‘생태농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사회 경제적 프로그램’, ‘대중교통중심의 전환정책’, ‘대형댐 건설 중단’,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 등이 포함되었다(문재현, 2004).

그러나 한 편으로는 민주노동당 전북도지부가 중앙당이나 환경위(준)의 입장과는 다르게 새만금 사업의 “조속한 완공”을 공약으로 내걸며 “갯벌 죽이기”라는 비난을 받고 사과를 하기도 했다. 또한, 총선 직후 환경위원회(준)는 노회찬 당선자의 강연 중 제기된 “분배를 통한 성장론”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생태적으로 지탱가능하며 평등하고 민주적인 발전”을 주장하며 논의를 심화시키기 시작했다.

■ 2005년 황우석 논문조작 사태

2005년 가을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에는 많은 사람들이 관여되어 있었지만, 정당 차원에서는 민주노동당이 그 논란의 가운데 섰다. 한재각 정책연구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순영 의원을 비롯한 현역 국회의원 10명을 활용해 난자 출처와 연구비 관련 자료 요청 등을 하며 황우석 박사에게 압력을 가했다. 2005년 10월 7일 <조선일보>는 “황우석, ‘민주노동당’ 때문에 연구 못할 지경”이라는 눈에 띄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3) 이후에는 송태경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정책실장과 노현기 부평구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제기한 생명윤리와 관련된 글들로 온라인상에서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권영길 임시당대표, 박용진 대변인 등은 “윤리 기준 지키라는 것이 당론, 진위 논란은 개입할 문제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으며, 이러한 대응은 당내에서 또다른 논란을 야기했다.

■ 2007년 녹색정치 선언, 녹색정치 사업단 그리고 17대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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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20일 민주노동당 당직자 및 지방의원 등 34인의 ‘녹색정치선언 제안자 일동’은 ‘1천명의 ‘녹색정치선언’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제안문에서 “2007년 대선을 맞이하는 시점에 민주노동당은 더 이상 한국사회의 희망이 되고 있지 못하다”면서 “민주노동당은 낡은 사고와 관행, 무기력에서 벗어나고 변화해야 한다. 희망을 이끌어낼 변화의 방향은 녹색”이라고 제안취지를 밝혔다. 이러한 선언은 과거 많은 경우에 공약과 공약, 가치와 가치가 충돌할 때 결정적으로 환경의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2005년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 당시 여론을 이유로 당 기관이 황우석에 대한 문제제기를 발표하지 못하도록 한 ‘함구령’을 내린 사례, 2006년 북핵사태, 2007년 면세유 파동 등 결정적 순간에는 ‘녹색가치’를 외면했다는 평가 등에서 촉발되었다.(4)

이를 바탕으로 구성 된 녹색정치사업단(단장: 심재옥)은 이후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한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세 후보에게 생태·환경 정책에 질의를 보냈고, 답변 결과를 당원 100으로 구성된 ‘녹색정치 100인위원회’가 평가하도록 했다. 평가 결과를 보면, 세 후보는 5점 만점에 각각 3.07(권영길), 3.05(노회찬), 3.13(심상정)으로 ‘B’ 평점을 받았다. 세 후보 모두 공통적으로 환경세 도입, 지역 먹을거리 체계 구축, 재생가능 에너지로의 전환, 재생가능 에너지 북한 지원 등을 중요한 생태·환경 정책으로 내세웠다. 녹색정치사업단은 “여전히 ‘성장’에 집착하는 것이나 토건국가를 개혁하는 구체적 방안과 관련해서는 세 후보 모두 미흡했다”며 “세 후보의 정책에서 생태·환경 정책이 주변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으며, 세 후보 모두 생태ㆍ환경 정책을 자기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지를 따지는 ‘진정성’ 지표에서는 낮은 점수(평점 ‘C’ 이하)를 받았다.(5)

2.3. 청년진보당-사회당

청년진보당-사회당에서도 녹색은 매우 중요한 가치로 지향되었다. 명확하고 급진적인 반자본주의의 기치를 내세우고 녹색좌파를 지향하였으며, 구체적인 활동으로는 공식적으로 당 내부 조직은 아니었으나 ‘청년환경센터’를 중심으로 많은 당원들이 녹색 관련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나갔다.

■ 청년환경센터

청년진보당-사회당의 녹색정치와 밀접하게 연관된 청년환경센터는 정확히는 당 내부조직은 아니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대표자 스스로 “1999년 당시 회원의 대부분이 청년진보당 당원 혹은 지지자들로 구성되어 있을 때에도 우리는 청년진보당과 ‘아무런 관계’ 없는 다만 ‘진보정치(혹은 녹색정치)가 잘되기를 바라는 이들’이었다. 이는 이후 회원의 구성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또는 무당파로 다양해지면서도 그대로 유지되었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고 본다. 상근자, 혹은 회원들이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정당은 있더라도 청년환경센터와 이후 만들어질 조직은 정당의 하위개념이 아니라 정당과 함께 진보정치를 만들어가는 구성원으로써 작용할 것이며, 공동사업 역시 진보정치 내의 구분과 상관없이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밝히고 있다(이헌석, 2009).

그렇지만 청년진보당-사회당의 많은 학생·청년 당원들이 결합하여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것은 사실이다. 대학생 현장환경활동 및 지역 연대사업을 펼쳤으며, 직접적으로 정치영역과 관련된 활동으로는 2002년 지방선거에서 ‘올바른 녹색정치 실현을 위한 선언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청년환경센터는 10년간의 활동을 이어가다 2010년 에너지정의행동으로 단체명을 바꾸고, 단체의 활동범위를 탈핵과 에너지전환 운동으로 집중해 현재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2.3. 진보신당-노동당

■ “보다 적색으로, 보다 녹색으로”

-민노당 분당 및 진보신당 창당 시기의 적녹정치에 대한 기대와 실망

민노당 분당 전, 심상정 비대위의 ‘제2창당을 위한 평가와 혁신안’에서부터 녹색정치, 혹은 적녹정치는 신당의 핵심적인 활동방향으로 제안되었다.(6) 새로운 슬로건인 “보다 적색으로, 보다 녹색으로”를 내세우며, 녹색의 가치를 노동과 함께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2008년 4월 1일 한반도 대운하 반대 종교인 순례단이 순례 50일만에 부산 을숙도에 도달하는 일정에 맞추어 을숙도 물문화광장에서 ‘150인 녹색지지 선언’을 발표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 선언에서는 지금은 노동당, 녹색당, 무당적자, 정의당, 진보결집+ 등으로 흩어진 많은 활동가 및 당원 150명이 ‘생태’를 주요한 기치로 내 건 진보신당을 지지하였으며, 진보정당 내에서의 녹색정치의 성장을 기대하는 많은 이들이 있음을 보여주었다.(7)

■ 2008년 총선과 녹색정치위원회/에너지정치센터 설립

창당 시의 녹색정치에 대한 뜨거운 기대를 받아, 직후 치러진 총선에서는 녹색비례후보 추천위를 구성하였다. 그러나 결국 녹색 후보를 내지 못했고, 이 후 당 게시판에서 “보다 적색으로, 보다 녹색으로는 사기다”라거나 “무늬만 생태”로 갈까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당 내부에서 자성의 소리와 함께 녹색화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이러한 주장은 총선 직후 조승수 전 의원을 중심으로 당내의 녹색정치위원회(준) 설치와 당 외부의 에너지정치센터(현재 (사)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설립으로 이어졌다. 이 뿐만이 아니라 같은 시기 녹색평당원모임도 구성되었다. 이러한 활동은 녹색정치포럼, 녹색평론 읽기모임 등 향후 오랜 기간동안 이어진 당원들의 자발적인 모임의 출발점이 되었다.

■ 진보신당 태양광발전소 구상과 지리산 초록배움터

2008년 10월 8일 김현우 녹색특위 간사의 게시판 제안글(8)로 시작된 ‘진보신당 태양광발전소 프로젝트’는 2009년 8월 과거 민주노동당 남원 연수원을 이어받은 지리산 초록배움터의 개관과 이후 2010년 3월 6일 햇빛발전소 건립식으로 이어졌다. 당원, 지지자들의 유가환급금을 모으고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활용하여 3kW 태양광발전기가 추가로 설치되었다. 이 때, 풍력 발전기, 태양열 쉐플러 조리기, 자전거 발전기, 생태뒷간, 빗물처리시설 등이 도입되며 작은 발전소이자 생태교육공간으로 거듭났다.

■ 2009년 4.29 재보궐 선거와 녹색노동자 조승수 후보 지지선언

2009년 4월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는 녹색특위 조승수 위원장이 출마하면서 이명박 정권의 ‘불량성장노선’에 대항하는 ‘서민성장노선’을 걷기 위한 ‘북구혁신전략’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 북구혁신전략에는 ‘북유럽형 교육특구’, ‘일자리 안정특구’, ‘서민복지 일등특구’와 함께 ‘태양과 바람의 특구’라는 전략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녹색공약으로 “중공업의 도시인 울산에서 녹색 후보를 표방하는 조승수가 노동자 정치 운운하며 노동자 밀집 지구에서 나온”다는 비아냥과 함께 조승수가 대표하려는 산업도시 울산과 그가 지향하는 녹색 사이에 모순이 지적되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사실 이것은 ‘평등, 생태, 평화, 연대’라는 슬로건 하에 새롭게 진보정당운동을 일궈내겠다고 선언하고 민주노동당과 분당까지 감내해낸 진보신당에게 해당되는 도전”이라는 평과 함께, 지속불가능한 한국사회 전체를 위한 중대하고도 상징적인 도전(9)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며, 환경/시민사회단체 활동가 40여명의 “녹색 노동자 조승수 후보 지지선언”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10)

물론 실제 그의 당선에서 녹색의 지분이 얼마나 되는가를 평가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이후 조승수 의원의 행보는 송전탑 갈등 해결,(11) 녹색일자리 전환,(12) 재생가능에너지 입지갈등 해결(13) 등 녹색사회를 위한 다양한 논의가 본격화 되는 방향으로 꾸준히 이어졌다.

■ 녹색특위 간사직 폐지와 부문위 토론회

조승수 녹색특위 위원장의 4.29 보궐선거 당선으로 원내정당이 되었음에도, 아이러니하게도 그 직후인 5월 말, 반상근직으로 유지되던 녹색특위 간사직이 없어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김현우 녹색특위 간사는 “중앙당직을 사직했다는 것은 녹색특위 사업을 담당할 실무자가 더 이상 배치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부문/과제별 위원회에 별도의 인력과 재정을 두지 않는다는 지도부의 방침에 따른 결과입니다.”라고 밝히며, 이러한 방침은 “당내 논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또 민주적으로 결정하고 합의하면 되지만, 그런 과정은 존재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또한, 2008년 5월부터 중앙당에 녹색정치위(준)의 인준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당시의 대표단이 “부문/과제별 위원회 건설 원칙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과 녹색정치위를 인준할 경우 다른 부문위도 도미노처럼 인준할 수밖에 없다는, 그리하여 당 조직과 예산이 방만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번번이 유보시켰다며, 부문위원회의 위상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 이에 대해 한 당원은 “그 건 사직이 아니라 해고”라는 답글을 남기기도 했다.(14)

이러한 문제제기는 6월 말 ‘제2창당에도 없었고 당대회에도 없었던 부문위원회 토론회-이제는 말할 수 있나?’라는 토론회로 이어졌다. 이 토론회에는 성정치기획단, 여성정치위원회(준), 장애인위원회(준), 중앙당 대협실 등이 참여하였다. 이 토론회에서 여성정치위원회(준)의 심재옥 당원은 부문위에 가해지는, ‘방만하다’, ‘당 중심이기 보다 부문 중심이다’, ‘비효율적이다’는 비판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며 “당 운영 시스템이 없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고, 부문위원장이 참여하는 중앙집행위원회 회의 신설을 제안했다(심재옥, 2009). 김현우 전 간사는 “현재의 부문위원회와 관련된 논의는 당의 성격 규정에 관한 것이자, 2010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내용과 방식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며, “이렇게 좋은 인적 자산을 가진 부문을 보유한 진보정당은 없었고, 이렇게 적절하게 부문의 활동 의제들이 존재한 한국 사회의 시기도 없었다. 한참 잘 자랄 작물이 혹여 웃자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옛사람들은 ‘기우’라 불렀고, 자라고자 하는 작물에 물 주기를 주저하여 생육을 망치는 일은 대개 ‘과오’라 부른다.”며 부문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김현우, 2009).

■ 서울녹색위 모임과 북한산 케이블카 반대운동, 그리고 장애인위원회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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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진보신당 서울시당 녹색특위 북한산 지키기 2차 산행(15)

2009년 7월, 서울시 11개 당협의 구성원이 모여 서울시당 녹색특위(위원장: 황혜원) 모임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시작된 사업은 북한산 지키기 긴급행동 산행으로 이어졌고, 첫 산행에서 50여명의 당원들이 참여했다.(16) 이 행동은 국립공원 케이블카 반대 산행으로 이어져 이후 몇 년 동안 지속되었다. 그 중 2010년 11월의 장애인위원회와 함께 준비한 ‘장애/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북한산 생태산행’(17)에서는 정부가 케이블카 건설의 구실로 삼는 장애인들과 함께 산에 오르며, 반생태적인 케이블카 설치보다는 일상생활에서의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서울녹색위 모임은 생활 중심 녹색의제들-도시농업, 적정기술, 도시 재생에너지 등-과 관련된 활동들을 이어나갔으며, 이후 부산, 경기 등 타 지역의 녹색위 모임의 선례가 되기도 했다.

■ 4대강 심판론, “흐르는 강물처럼”과 2010년 지방선거

2009년 봄 시작된 경인운하 반대 오체투지, 이어진 4대강사업 저지농성의 열기는 2010년 지방선거로 이어졌다. 3월 22일에는 물의 날을 맞아,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 심상정 경기지사 후보, 김상하 인천시장 후보가 함께 ‘6.2지방선거는 무상급식과 함께 4대강사업 심판 선거입니다’는 제목아래 진보신당이 4대강 사업을 저지하고 2천3백만 수도권 주민의 식수를 지키겠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즈음 중앙당에서 기획된 4대강 기록 및 답사 사업 “흐르는 강물처럼”과 서울시당 녹색위원회의 광화문 1인 릴레이 시위는 9월까지 이어졌다.

■ 2012년 총선과 녹색당 창당

진보신당은 2011년 통합-독자 논쟁과 탈당사태의 충격이 채 정리되기도 전에 2012년 3월 4일 사회당과의 합당을 추진하고, 직후 원외정당으로서 2012년 제 19대 총선을 맞게 되었다. 이 때, 성미산 운동과 생협운동의 경력을 가진 이명희 후보가 전국 비례후보 기호3번으로 배정되며 녹색비례후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명희 후보는 당이 키워내거나 당의 녹색 논의를 주도해 온 인물은 아니었다.(18) 또한, 총선 시 중앙당이나 후보의 에너지 환경 등 녹색의제 접근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당원도 있었다.(19) 이 당원은 총선 직전에 창당된 녹색당과의 적-녹 총선연대를 제안하기도 했는데(20) 녹색위원장은 이에 대해 “같은 맥락의 이야기”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으나 중앙당 차원의 적-녹 연대의 성과는 없었다.

또한, 강북 갑의 김일웅 후보는 북한산 국립공원 입구의 초호화콘도 건설 이슈를 선거의 최대 현안으로 제시하며, 지역의 연대를 꾀했다.

■ 2013년 재창당 과정에서의 ‘녹색’의 호출

2012년 총선 이후로 미루어 놓았던 재창당은 당명 논의를 거쳐 2013년 6월 ‘녹색사회노동당’을 표결에 붙였지만 부결되었다. 사실 진보신당 창립시기의 ‘보다 적색으로, 보다 녹색으로’라는 슬로건에서 시작된 당의 정체성으로서 녹색의 호출은 그 사이에도 몇 차례 논쟁을 불러왔다. 2009년 초 정태인 당원은 녹색혁명당을 제안하며 논쟁을 재점화시키기도 했으며,(21) 2011년 6월 김현우 녹색위원장의 녹색사회당(22) 제안과 좀 더 발전된 형태의 장석준 상상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의 녹색신좌파당(23)의 제안 흐름 속에서 ‘녹색사회주의연대’라는 정파를 형성했고, 2013년 당명 논쟁은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24) 그러나 이 흐름에 대해 “그 간의 ‘진보신당’과 부설 연구소인 ‘상상연구소’의 활동을 볼 때, 당은 이미 ‘녹색지향’의 구현에 실패”(25)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며, 이 평가는 이 때까지의 당내 녹색 정치의 위상을 돌이켜 볼 때 상당히 타당한 평가로 보인다. 결국 2013년 7월 임시당대회에서 당명은 ‘노동당’으로 결정된다.

■ 2015년 당대표 선거와 그 후

2015년 노동당 당대표 선거의 최대의 화두는 ‘진보재편’이었다. 이 과정에서 당대표단 선거에 나도원 후보 등을 출마시킨 신좌파당원회의는 ‘녹색좌파 대중정당’을 전면에 내걸며 또 다시 당내 정치의 전면에 녹색을 호출했다.(26) 여기에서 나도원 후보는 “현재 노동당은 ‘녹색’좌파로 나아갈 준비를 못했고, 녹색당은 녹색‘좌파’로 나아갈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바로 지금이 ‘녹색좌파 대중정당’을 위한 당 혁신과 내외부의 결합, 노동당과 녹색당 그리고 새로운 운동과 노동혁신세력이 협력하는 ‘녹색좌파 정치연합’의 구성”이라는 구상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러한 선언은 이전의 ‘녹색사회주의’ 논의와 마찬가지로 당의 현실과는 상당히 괴리 된 것이었다. 노동당의 녹색위원회는 이미 1년 이상 재건되지 않고 있는 상태였고, 이전의 녹색 관련된 일상 사업들도 대부분 정지되어 있었다. 나경채 대표 당선 이후, 선언적으로 녹색을 호출하는 방식이 아닌 당의 체계로부터 녹색 활동을 이어가려는 노력은 4월 녹색위원회(준) 활동의 시작으로 이어졌으나 이후 6월 당대회에서 진보재편 당원총투표 부의 안건이 부결되며, 녹색위원회(준)의 구성원들도 여러 흐름으로 갈라져 활동이 지속되고 있지 못한 상태이다.

2.4. 녹색당 창당(27)

2011년 말, 녹색당은 창당 발기인대회, 2012년 총선 직전에 정당 등록을 하고, 본격적으로 정당정치에 뛰어들었다. 녹색당의 창당 주역들은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시민사회를 바탕으로 2003년 녹색정치준비모임-2004년 초록정치연대-2007년 초록당을 준비하는 모임 등으로 이어져 온 흐름,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과거 진보정당에서 녹색 정치를 갈망했던 사람들의 흐름도 합류했다.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내에서 녹색정책 분야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한재각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도 녹색당 창당 시 합류했다. 그의 고민이 매우 오래된 것임은 이미 2003년 제1회 녹색정치 포럼의 의견문의 다음과 같은 대목에서 알 수 있다.

“녹색이념의 정치세력화를 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보정당에 대한 논의를 피해나갈 수는 없는 이야기일 것이다. 과학기술운동 활동가로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정하는데 있어 고민의 핵심은 “진보정당 내 녹색파”가 될 것인가, “녹색당 내 좌파”가 될 것인가에 있다. 그러나 사실상 우리의 정치현실은 이런 고민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보이게 할 만큼 척박할 뿐만 아니라, 앞서 나간 진보정당운동이든 뒤를 따르려는 녹색당이든 정치적 실천과 경험이 대단히 부족하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두 가지 갈림길에 대한 선택은 차후로 미루어 둘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녹색이념의 정치세력화를 추구하는 그룹은 “녹색당 내 좌파”라는 문제의식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었으면 한다(물론, 그 고민은 내 자신의 몫이기도 할 것이다(한재각, 2003)).

이러한 고민은 단지 한 개인의 고민이 아니라 진보 정당 내에서의 녹색정치의 실현에 한계를 느낀 많은 구성원들이 녹색당 창당에 합류하게 된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2.5. 통합진보당-정의당

통합진보당의 녹색 관련된 흐름은 진보신당 시절부터 녹색 노동자임을 자임한 조승수 의원의 존재와 더불어 2012년 총선 당시 통합진보당 개방형 비례대표 후보로 김제남 녹색연합 녹색에너지 디자인 위원장을 확정·당선 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현재의 정의당으로 이어졌다.

■ 정의당 탈핵 에너지전환 특위

2014년 11월, 김제남 의원과 조승수 전 의원을 공동 위원장으로 탈핵에너지전환 특위를 출범시켰다. 출범 당시 당면과제로 수명이 끝난 노후원전의 재가동을 막아내는 것과, 노후원전 국회 검증특위 구성을 제안하였으며, 주요 의제로 1) 노후원전 폐쇄, 2) 신규원전 철회, 3)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 4) 정의당 탈핵에너지전환 로드맵 등 핵 없는 에너지전환 계획 공론화 등을 주요 의제로 내세웠다.

■ 정의당 진보정의연구소 -생태사회전환포럼

정의당 부설 진보정의연구소(28)는 2014년 2월부터 ‘생태사회전환 포럼’을 개최해왔다. 천호선 대표는 “21세기 한국형 사민주의 실천의 핵심과제 중 하나로 생태주의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며 “생태문제는 이제 하나의 정책 분야가 아니라 총체적인 사회혁신의 기본적인 가치 지향이 되어야 한다. 생태문제에 대한 기존 진보의 태도 역시 인간 중심의 성장만능주의, 소비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무시할 수 없다. 생태전환을 위한 장기적이고 전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를 단계적으로 실천해나가는 것이 진보정치의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고,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15년 8월 현재까지 총 10차의 포럼을 가졌다. 총 10차의 포럼 중 7차례의 포럼이 에너지 전환과 관련된 내용으로 편중된 경향을 보였다.

<참고>

(1) 이범(1995b)은 좌파는 환경문제를 자본주의의 폐해로만 간주한다, 환경운동을 시민운동의 부분집합이자 신사회 운동의 일부로 치부한다, 그리고 환경문제에 둔감하다는 지적을 하며, 이러한 관점을 넘어 좌파의 이념과 생태주의가 만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2) 이미 그 자체로 충분히 복잡한 진보 정당의 역사 속에서 녹색 정치 관련 활동들을 정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정리를 위해 온라인 상의 기사들, 게시판의 흔적들을 중심으로 재구성하였기에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란다.

(3) 관련기사: 프레시안, ‘제보자’ 윤민철 PD는 사실 외롭지 않았다

(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0488)

(4) 관련기사: 레디앙, 민주노동당 ‘녹색파’ 세규합에 나섰다(www.redian.org/archive/18091)

(5) 관련기사: 프레시안, 녹색정치 한다는 민노당 후보들, 녹색 점수는 ‘B’

(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34468)

(6) ‘제2창당을 위한 평가와 혁신안’에서 제시한 새로운 적녹정치의 필요성은 민주노동당에 잔류파들로부터, “‘노동’을 진보의 다양한 가치 중의 하나로 격하시킴으로써 계급문제를 희석시키는 한편, 남북문제를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설정함으로써 미 제국주의에 의한 민족분단과 미 제국주의의 남한 지배라는 제국주의 문제(또는 민족문제)를 아예 배제시키고 있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관련기사: 심상정 비대위는 ‘쿠데타’를 획책하고 있다!

(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825941).

(7) 관련 기사: 레디앙, 생태활동가 150명, 진보신당지지(www.redian.org/archive/20339)

(8) 노동당 게시판: 유가환급금 모아 진보신당 발전소를 만들면 어떨까요?

(www.laborparty.kr/bd_member/572946)

(9) 관련기사: 레디앙, 울산북구의 또 다른 화두 ‘그린 조’(www.redian.org/archive/23830)

(10) 관련기사: 레디앙, 조승수가 바로 녹색 시대정신(www.redian.org/archive/24284)

(11) 관련기사: 한겨레, 송전탑 갈등, 발전소 소형화·근거리 공급이 해법

(www.hani.co.kr/arti/society/area/363723.html)

(12) 관련기사: 미디어다음, 조승수 의원 “우리나라 녹색성장 정책 방향 우려돼”

(media.daum.net/breakingnews/view.html?cateid=100000&newsid=20090715091809160&p=mydaily)

(13) 관련기사: 시민운동연합신문, 풍력발전 건설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시급

(www.ngonewsi.com/news/article.html?no=6980)

(14) 노동당 게시판: 중앙당직을 사직하며 + 당에게 부문은 무엇인가

(www.laborparty.kr/bd_member/649730)

(15) 노동당 게시판: [사진]북한산 지키기 2차 산행(www.laborparty.kr/bd_member/668798)

(16) 노동당 게시판: 생각은 옳지만 체력이 약한 진보신당

(www.laborparty.kr/bd_member/661456)

(17) 관련기사: 프레시안, “등산은 생전 처음, 하지만 케이블카는…”

(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02378)

(18) 오히려 선거를 계기로 당 활동을 활발히 하게 된 경우이다. 이후, 경기도당 녹색위원장과 녹색위원회 할당 전국위원으로 당선되어 활동을 했다.

(19) 노동당 게시판: 중앙당/총선후보의 에너지.환경 등 녹색의제 접근에 대한 아쉬움

(www.laborparty.kr/bd_member/798264)

(20) 노동당 게시판: 진보신당-녹색당의 적-녹 총선연대를 위한 협의를 제안 드립니다

(www.laborparty.kr/bd_member/795040)

(21) 노동당 게시판: 녹색혁명당 선언^^(www.laborparty.kr/bd_member/606628)

(22) 관련기사: 레디앙, 다시 녹색사회당으로 가자(www.redian.org/archive/36899)

(23) 노동당 게시판: 제안문 <진보신당, 녹색신좌파당으로 도약하자> ver 1.0

(www.laborparty.kr/bd_member/755102)

(24) 관련기사: 레디앙, ‘새 진보좌파정당’은 ‘노동-녹색 정당’-진보신당 프로젝트 종료…밀알 역할을

(www.redian.org/archive/2272)

(25) 노동당 게시판: 장석준 당원의 <녹색신좌파당> 이론은 이미 실패한 것

(www.laborparty.kr/bd_member/755173)

(26) 노동당 게시판: “약속” ④ 우리의 답은 ‘녹색좌파 대중정당’입니다

(http://www.laborparty.kr/bd_member/1423575)

(27) 녹색당의 경우 당 활동 대부분이 녹색 정치 활동이므로, 여기에서 다 정리하기보다는 창당 과정과 기존 진보정당과의 관계에 대한 부분만 언급하였다.

(28) 최근 ‘미래정치센터’로 이름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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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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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8/07/0200000000AKR20150807059300060.HTML


'끈벌레 이어 녹조' 한강에 경보음…환경단체 신곡보 철거 요구
국토부, 수질 악화 등 부작용 커 철거에 '신중' 입장

(고양=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 경기도 고양시 한강 하류에 있는 신곡수중보가 다시 철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신곡수중보는 1988년 정부가 염수 피해 방지와 용수 확보 목적으로 잠실수중보와 함께 설치된 것으로, 한강을 가로질러 고양시 덕양구 신평동과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를 연결하는 길이 1천7m의 물에 잠긴 보(洑)다. 김포 쪽(124m)은 물이 항상 빠져나가는 가동보 형태로, 고양 쪽(883m)은 고정보 형태로 건설됐다. 관리는 국토교통부의 위임을 받아 서울시가 한다.

신곡수중보가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0년 경인아라뱃길 조성사업 추진과 함께 뱃길로 한강을 연결해 활용하려는 경기도와 김포시가 14㎞ 하류로 신곡보 이전을 검토하며 논란이 빚어졌고, 2012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강 생태계 복원사업으로 한강 수중보 철거를 언급하며 철거에 반대하는 국토교통부와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어 지난 6월말 신곡수중보 상류에 녹조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환경단체가 녹조의 원인으로 신곡보를 지목하며 철거를 주장하고 나서며 논란이 재점화했다.

◇ 한강에 '이상 신호'…끈벌레 출현에 이어 녹조 발생

지난 6월 27일 고양시 행주어촌계원들은 한강에 물고기를 잡으로 나왔다 깜짝 놀랐다.

신곡수중보∼행주대교∼방화대교 5∼6㎞ 구간이 마치 페인트를 뿌려놓은 듯 초록색으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숭어와 뱀장어 수백 마리도 흰 배를 드러내고 죽어 있었다.

녹조가 발생한 것이다. 예전에도 녹조가 발생한 적은 있지만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다.

녹조는 가뭄이 계속되며 한강 상류로 확산, 최근까지 이어졌다. 급기야 한강에 조류주의보와 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행주어촌계원들은 지난봄 바다에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해생물 '끈벌레'가 대량으로 출몰, 실뱀장어 90%가 폐사해 막대한 피해를 봤다.

끈벌레는 2013년 처음 한강에서 발견된 뒤 올해 두 번째 출몰, 어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줬다.

◇ "물 흐름 막아 수질 악화"…환경단체 신곡보 철거 주장

서울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녹조가 신곡수중보 상류지역에 처음 발생한 것에 주목하고 수중보가 녹조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녹조 발생 이틀 뒤인 6월 29일 행주대교 북단 행주나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팔당댐 방류량 감소, 서울시 난지물재생센터 초기 빗물처리시설 부족, 물흐름 막은 신곡수중보에 의한 수질 악화를 녹조와 물고기 집단폐사의 원인으로 꼽았다.

환경단체는 이어 지난달 1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한강 녹조사태 원인과 대책 토론회'를 열어 수중보 때문에 한강 유속이 느려진 것이 녹조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전문가 의견을 도출해 냈다.

이어 환경단체는 지난 6일 신곡수중보 앞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등 국토부에 신곡수중보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

선상규 강서·양천환경운동연합 의장은 "가뭄이 심할 때 한강 녹조의 원인은 신곡수중보"라며 "신곡수중보를 철거해 한강 백사장을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 "철거하면 오히려 수질악화 등 부작용"…국토부 '신중' 입장

국토부는 환경단체의 주장과는 달리 가뭄으로 유량이 준 데다 기준을 초과한 서울시 하수처리장 방류수로 인해 수질이 나빠져 녹조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녹조 발생 당시 신곡수중보와 가까운 서울시 하수처리장 방류구의 방류수가 한강 유입 수량의 45%를 차지했으며 4곳 하수처리장 중 3곳이 총인처리시설이 안돼 기준치를 초과한 방류수를 한강으로 흘려보내 수질이 악화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수중보를 철거할 경우 ▲ 수위가 낮아져 안정적인 취수가 곤란하고 ▲ 주변 지하수위 저하로 한강 주변 도로와 건축물 등 지반 침하와 변형이 우려되며 ▲ 갈수기에는 수질이 더 나빠질 수 있고 ▲ 하천 활용성과 미관을 저해 시설물 보강이 필요하며 ▲ 염수로 인한 식물 고사 등 현재의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등 5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에서 수중보 철거와 관련한 2차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용역결과가 나오면 검토하겠지만 수중보 철거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 장항습지 훼손 우려 등 이해 엇갈려 갈등 해결 '난망'

신곡수중보 철거는 또 다른 환경 문제를 안고 있다.

2010년 경인아라뱃길 사업 추진 때 신곡수중보 이전 설치에 가장 극렬히 반대한 것이 고양시와 환경단체였다. 한강 북쪽 신곡수중보 하류에 있는 장항습지 생태계 파괴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장항습지는 신곡수중보 설치 뒤 물살이 센 김포 쪽 토사가 침식돼 물살이 약한 고양 쪽에 퇴적되면서 형성됐다. 신곡수중보∼일산대교 7.6㎞에 총 면적이 7.49㎢에 달한다. 한강 철책으로 민간인의 접근이 쉽지 않아 66만㎡ 규모의 버드나무 군락과 말똥게가 장관을 이루는 등 생태환경이 잘 보전돼 있다.

더 하류 파주지역 산남습지도 신곡수중보 설치 뒤에 생겨났다. 두 습지는 모두 2006년 4월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특히 고양시는 신곡수중보 이전 논란이 빚어진 뒤 수중보 이전을 못 하게 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민 서명을 받아 환경부에 '람사르 습지' 등록 신청을 했다.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면 습지보호법에 따라 수위 변화를 일으키는 행위가 엄격히 제한되기 때문이다. 행주어촌계 어민들도 신곡수중보 철거에는 반대하고 있다.

고양시 생태하천과 담당자는 10일 "신곡수중보가 철거되면 수위가 1.5∼2m가량 낮아져 장항습지의 10%가 물에 잠기고 어민의 어업활동에 지장을 주며,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양수장의 취수에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철거에 앞서 이런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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