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http://www.redian.org/archive/60488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은 주로 수질과 수생태계 등 기존의 하천 환경문제들의 주류-그러나 사업의 방향은 지금까지의 정책과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에 해당하는 얘기였으며, 앞으로의 대재앙에 대한 예고에 가까웠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건설 과정 동안, 그리고 지금까지 많은 인간에게도 직간접적으로 많은 피해를 가져왔다.

홍수피해를 줄이겠다던 4대강 사업은 오히려 전국에서 다양한 형태의 재해를 유발하고 있으며, 이러한 재해들은 애초에 수리수문적으로 잘못 설계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인재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또한 짧은 기간 동안 전 국토에 걸쳐 무리한 일정으로 사업을 강행하며 발생한 건설노동자들의 수십 건의 사망사고까지 줄줄이 이어졌다.

‘탕뛰기’, 그리고 이어지는 죽음

▲ 2010년 여름 낙동강 모습

▲ 2010년 여름 낙동강 모습

건설사의 다단계식 하청 및 속도전의 문제는 하루 이틀 사이의 일도 아니고 4대강 사업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4대강 공사는 지금까지의 토목 사업들과 규모 면에서나, 속도 면에서나 차원이 달랐다.

대통령의 임기 내에 공사를 마치겠다는 명확한 목표 하에 24시간 밤샘작업, 장마기간 및 혹한기 중 공사 등 상식에서 벗어난 일정을 강행하였다. 이를 위해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까지 제정하였다. 불법 계약으로 ‘탕뛰기’를 하는 덤프트럭 기사들은 자신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과속, 과적 운행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굴삭기 기사들은 불법 개조 및 여러 가지 불법 행위들을 강요받았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고들이 무수히 많이 발생하였으며, 공사기간동안 총 22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사망사고의 주된 원인은 협착, 교통사고, 지반침하 및 장비 전복 등으로 인한 익사, 추락 등이었다.

이에 건설노조는 4대강 속도전을 간접 살인으로 규정했으며, 실제 공사장에서는 위험천만한 순간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어 언제 사고가 나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사망사고의 원인을 노동자들의 과실 탓으로 돌렸다.

▲ 중심을 잃은 굴삭기

▲ 중심을 잃은 굴삭기

▲ 덤프트럭을 굴삭기가 끌어올리고 있다.

▲ 덤프트럭을 굴삭기가 끌어올리고 있다.

▲ 폭우에도 공사는 계속 되었다.

▲ 폭우에도 공사는 계속 되었다.

공사중 무너진 호국의 다리, 그러나 지금도…

4대강 공사 중 다리가 무너진 사례도 많았다. 그 중 2011년 6월 25일에 무너진 낙동강 본류 왜관철교(호국의 다리) 붕괴 사고는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빈번하게 이용하는 다리였으나, 다행히 새벽에 사고가 일어났고 빠른 신고로 출입을 통제해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정부는 역시 비가 많이 와서 발생한 천재지변이라며 4대강 사업과의 연관성을 부정하기에 급급했지만, 당시 강수량이 아주 많지 않았음에도 6m 깊이로 준설을 한 지점이어서 물살이 예전보다 훨씬 빨라졌다는 것은 지역 주민들도 다 아는 사실이었다.

사업 후 준설에 따라 물살이 빨라질 것에 대비해 각 교량들에는 교각보호공을 설치를 했으며, 다리 규모에 따라 수십 내지 수백억씩의 예산이 소요되었다. 왜관철교 역시 교각 보호공을 설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여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었다.

▲ 2011년 6월 25일 새벽 무너진 왜관철교(호국의 다리)

▲ 2011년 6월 25일 새벽 무너진 왜관철교(호국의 다리)

더욱 많은 교량 붕괴가 일어난 곳은 공사장이 아니라 공사 구간으로 유입되는 지천의 합수부 인근에서 발생했다. 본류의 바닥을 6m로 깊게 파내면 본류와 지천 하상(river bed) 높이가 더욱 차이가 나게 되며, 이로 인해 유속이 빨라져 침식이 발생한다. 이러한 침식이 흐름 방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역행침식’이라고 불린다. 역행침식의 영향을 받는 지천 부분은 4대강 공사구간 밖이며, 따라서 교각보호 공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사기간동안 여주 신진교, 용머리교 등 붕괴 되었거나 붕괴 위험이 발견된 교량이 다수 있었다.

▲ 준설공사 후 역행침식과 지천 교량의 붕괴

▲ 준설공사 후 역행침식과 지천 교량의 붕괴

▲ 2011년 7월 28일(좌)과 8월 17일(우)의 용머리교. 4대강 공사중 단기간에 붕괴가 급격히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2011년 7월 28일(좌)과 8월 17일(우)의 용머리교. 4대강 공사중 단기간에 붕괴가 급격히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신고 후 관련 없는 구제역 표지판으로 통행을 금지시켰다.

▲ 신고 후 관련 없는 구제역 표지판으로 통행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공사가 끝난 올해 장마철, 남한강 지천 용담천의 전북교가 붕괴되며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이는 변화된 본류와 지천의 위상관계가 아직 안정화되지 않았으며, 본류의 큰 공사의 문제점 때문에 훨씬 많은 지천에도 공사가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잠기는 농경지

▲ 공사기간 중 침수되었던 상주 참외(좌) 및 완공후 발생한 합천 수박(우)

▲ 공사기간 중 침수되었던 상주 참외(좌) 및 완공후 발생한 합천 수박(우)

공사기간동안 발생한 사고 중 성주에서는 특산물인 참외 하우스가 대량 침수되는 일이 있었다. 그 사례는 준설토 적재 및 공기 단축을 위해 제방을 잘못 트며 휩쓸려간 준설토가 배수펌프에 문제를 일으키며 발생한 사고였다. 그러면서 정부는 공사 기간 중 발생한 사고들은 천재지변이며 나머지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홍수를 예방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완공 후 보에 담수를 시작하고 침수가 되어 농사를 망치는 지역이 여러 지역 나타나고 있다. 보 상류에 담수가 되어 수위가 올라가는 지역 중 겨울 하우스 밭농사를 지어 특산물로 판매하고 있는 지역이 상당수 있으며, 이 중 관리수위 이하의 고도에서는 제방이 있다 하더라도 지하수위가 상승해 침수가 발생하여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지역 주민들은 사업 이전부터 침수를 예상하고 보상을 요구했으나 수자원공사와의 예상침수면적 예측이 크게 차이가 나 갈등을 빚어 왔다.

▲ 2011년 장마기간 잠긴 농경지를 바라보는 합천 주민

▲ 2011년 장마기간 잠긴 농경지를 바라보는 합천 주민

구조적 문제, 늘어나는 예산,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

비리나 담합, 속도전을 위해 낭비된 예산을 차치하고라도 공사 중이나 이후의 피해를 메꾸기 위해 요구되는 예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왜냐하면, 발생하는 문제들이 단순히 일회성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에 땜빵식 방안으로는 반복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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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공사기간 중 병성천 제방의 반복되는 공사

비용은 줄이고 편익은 부풀려 겨우 경제성을 확보한 사업에 어마어마한 수질개선 비용, 하상 세굴 등의 보강공사비용, 지천 보강사업비용 등을 합치면 이만저만 마이너스 사업이 아니다. 정말 문제는 이 계산에는 노동자들의 죽음, 인간 이외의 수많은 생명들의 죽음, 습지 파괴 등은 포함되지도 않았으며, 그렇게 돈을 쏟아 부어도 해결 될 수 없는 문제가 더 많다는 것이다. 4대강 본류에서 실패한 정책을 은폐하기 위해, 지천까지 파괴하게 되면 그 영향은 우리가 영영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 이제, 우리는 뭘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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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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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www.redian.org/archive/60154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이름을 걸고 시작된 대규모 토목사업의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첫 번째는 가장 중요한 구조물인 보(洑)의 건설, 두 번째는 수심을 확보하기 위한 준설(浚渫),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하천변 변화와 관련된 부대사업(자전거 도로 건설, 생태공원 조성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보 건설로 인한 하천의 호소화나 그로 인한 변화가 건설 이전부터 최고의 이슈였고, 그 예상이 적중한 부분이라면, 준설의 영향은 사람들의 예상보다 훨씬 넓고 참혹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준설 과정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하천 바닥 즉, 하상(河床, river bed)을 깊이 파냈을 뿐만 아니라 4대강 강변에 존재하던 다양한 형태의 습지 역시 함께 파냈기 때문이다.

강이 동맥경화에 걸렸다고?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며 강을 사람의 혈관에 비유하면서 그 당시의 강은 ‘동맥경화’에 걸린 것과 같고, ‘강바닥 준설은 우리 몸속 혈관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치료’라고 홍보했다. 즉, 당시의 강은 퇴적물 때문에 죽어가고 있으며, 그러므로 강의 수심이 깊어지고 물이 많아지면 죽어가던 강이 되살아 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런 내용과 함께 보여 지던 영상은 사업 대상지가 아닌 다른 지역의 이미지로 날조되었으며, 심지어 ‘4대강 유역에 자연습지가 전무’하다는 말도 안되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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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살리기 사업 홍보 동영상 중

그렇다면 여기서 지칭하는 노폐물은 무엇인가. 다름 아닌 강바닥의 모래와 하천변의 습지들이다. 실제로 4대강 사업 공사 기간 동안 많은 습지들이 파내어지고,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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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사업 전후 남한강 바위늪구비의 모습 변화(사진: 서풍 박용훈)

그런데, 강이 죽었다, 혹은 살아났다라는 표현에서 정말 ‘살아있는’ 하천, ‘건강한’ 강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강이 살아있는가 아닌가를 가르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 중 하나는 하천 시스템이 외부의 섭동(perturbation)에 복원력을 가져서 추가적인 유지관리가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사람에 비유하는 것은 매우 적절한 일이다. 그러나 그 기준을 적용해 본다면, 4대강이 동맥경화에 걸렸다는 비유는 그냥 틀린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그 반대이다. 왜냐하면, 4대강 사업의 방향이 하천의 복원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자정능력을 훨씬 떨어트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의 자정능력은 크게 물리적 자정능력과 생물화학적 자정능력으로 나눌 수 있는데, 물리적 자정능력은 기본적으로 물의 흐름에 따른 확산, 희석 등의 작용의 결과이며, 생물화학적 자정능력은 하천 생태계에 살고있는 생물들의 활동의 결과이다. 보에 의해 느려진 유속은 물리적 자정작용을 감소시키며, 생물들의 주요 서식처인 하상의 모래, 하천변의 습지 없이는 보다 중요한 생물화학적 자정작용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동맥경화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을 스스로 치유하는 면역체계를 완전히 망가트리는 것과 다름없다.

거꾸로 간 하천 복원

4대강 사업 이전의 우리나라 하천 복원 사업의 기본 방향 역시, 그러한 자정 작용의 증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자연과 유사한 상태의 하상과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하천 복원 사업의 주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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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하천 복원도 -출처: 환경백서(환경부,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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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사업의 준설단면도 예 (실선: 현재 단면, 점선: 준설 단면)

환경부가 제시해 온 생태하천 복원도를 보면 미래의 하천은 하천변 고수부지를 자연에 가까운 식생으로 복원하며, 홍수 방지만을 고려하여 사다리꼴로 만든 하천 바닥을 자연적인 형태에 가깝게 되돌리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하천 바닥을 자연적인 형태로 만들면, 유량이 적은 시기에 물이 흐르는 폭과 범위는 줄어들지만, 수심과 유속은 어느 정도 유지가 되며 생물들에게 다양한 서식처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의 준설 단면도를 보면 하상의 형태가 생태하천 복원과는 반대 방향으로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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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하천 복원전의 무심천(위 오른쪽)과 복원후의 무심천(위 왼쪽) 영산강(나주대교-영산대교 사이)의 4대강 사업전(아래 왼쪽)과 사업후(아래 오른쪽) 

또한, 사업 전후의 모습을 보면 전후의 모습이 하천복원 사업과는 거의 정반대로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태하천 복원 후의 무심천의 모습은 둔치의 모습이나 하중도 등 습지의 모습이 오히려 4대강 사업 전의 영산강의 모습과 유사하다. 그러나 4대강 사업 이후에는 그런 습지가 다 파내어 진 모습만을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생태하천 복원 사업에서 일부러 조성해주는 여울, 하중도, 하천변 완충지대 등의 다양한 수변 환경을 4대강은 원래 가지고 있었지만 사업 이후 지금은 더 이상 볼 수 없는 모습이 되었다.

면죄부를 쥐어주는 정책 결정과정도 복원해야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습지 파괴에 대한 문제 제기에 돌아오는 것은 항상 대체습지를 조성했다는 답이다. 그러나 대체습지 조성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습지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막기위한 최후의 방법이지, 기존의 습지를 마음껏 없애도 된다는 만능 면죄부가 아니다. 또한 실제 대체습지의 질과 운영상태를 보면 자연 습지는 결코 쉽게 ‘대체’될 수 없음을 보여주며 습지 보전의 중요성을 반증할 뿐이다.

또한 하천 그 자체가 생태계 내의 매우 중요한 통로(corridor)이자 습지임을 람사르 협약 등에서도 명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치수 중심의 하천 정책에 따라 하천의 습지로서의 가치가 경시되어 왔으며,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더욱 퇴보되었다.

최근 보도된 국토부가 지자체에 보낸 하천구역의 ‘습지보호구역 지정 저지’ 협조 요청은 이러한 문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참고: 한겨레 기사링크 ).

정부가 4대강 사업 홍보 과정을 통해 멀쩡한 강에 사망선고를 내리더니, 사업 과정을 통해 오히려 습지를 파괴하며 강의 건강성에 위해를 가한 결과는 이미 2012년 국제 습지상(The Wetland Globe Awards)에서 최악의 습지파괴 사례에 주어지는 회색상(grey globe)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제 다시 4대강에 건강을 되찾아 주려면 우리는 살아있는 강이 어떤 것인지, 어떤 행동이 그 건전성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 또한 그런 합리적인 판단이 제대로 적용될 수 있도록 정책과정 내에서의 자정작용 역시 회복해야 한다. 그래서 만일 돌팔이 의사가 잘못된 진단과 처방을 내린다면 이를 올바로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우리 인간 생태계의 건전성 역시 함께 복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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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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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www.redian.org/archive/59702


4대강 사업이 수질 측면에서 녹조현상이라는 형태로 인간에게 위해를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만 했다면, 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수생태계와 하천변 생태계에는 이미 돌이키기 힘든 큰 변화를 낳고 있다.

그 변화의 범위와 정도는 생각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깊어 우리가 예상했던 것 보다 더 빨리, 심각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음에도 정부는 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아니라 4대강 사업과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데에만 온 노력을 기울였다.

대표적으로 2012년 10월에 금강에서 발생한 엄청난 규모의 물고기 떼죽음 사태에 대해서도 국립환경과학원장은 ‘미스터리’라는 표현을 쓰며 4대강 사업과의 연관성을 부정했다 (2012년 10월 31일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인터뷰중).

급이 다른 집단폐사와 금강 씨메기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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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10월 26일 금강변에서 발견된 136 cm가 넘는 메기 사체 <사진: 오마이뉴스 김종술 기자>

인터뷰에서 언급되었던 금강 물고기 떼죽음 사태는 강우 후에 혹은 지엽적으로 나타나는 물고기 집단 폐사사건과는 소위 ‘급’이 다른 사건이었다.

10월 18일부터 떠오르기 시작한 물고기 사체는 매일 밤마다 새롭게 수만 마리의 사체를 더하며 13일 동안 이어졌으며, 물고기 사체가 발견된 구간도 30km에 이르렀다.

이 집단 폐사사건의 정점을 찍은 것은 떼죽음이 발견되기 시작한 7일째, 사람 키만 한 메기 사체가 발견된 때였다. 메기 사체를 발견한 기자와 환경단체 활동가에 따르면 사람의 주검으로 보여 주춤했다고 하며, “이런 크기라면 씨메기로 보인다”며 “금강 물고기 씨가 마르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했다고 한다.

▲ 밤새 떠올라 금강을 따라 끝도 없이 이어진 물고기 사체, 2012년 10월 27일 새벽 5시반경,

▲ 밤새 떠올라 금강을 따라 끝도 없이 이어진 물고기 사체, 2012년 10월 27일 새벽 5시반경, <사진: 오마이뉴스 김종술 기자>

정부가 4대강 사업과의 연관성만을 부인하며 사체 수거에만 급급하던 10월 24일, 구미 낙동강 변에서는 또 다른 집단 폐사 사건이 발생하였다. 주변 주민들은 몇 십 년을 살았지만 그 주변에서 이렇게 큰 물고기들이 죽어서 떠오른 적은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거의 동시에, 멀리 떨어진 금강과 낙동강에서 유례없는 집단 폐사 사건이 발생한 것은 단순히 우연일까?

▲ 2012년 10월 26일 구미 낙동강변

▲ 2012년 10월 26일 구미 낙동강변 <사진: 서풍 박용훈>

▲ 4대강 물고기 집단폐사 개요 (한겨레 2012년 11월 9일자 인용)

▲ 4대강 물고기 집단폐사 개요 (한겨레 2012년 11월 9일자 인용)

사건을 미스터리로 남겨두고 싶은 것은 아닐까?

환경부는 집단 폐사의 원인은 알 수 없다고 하면서도 4대강 사업과 집단폐사는 관계가 없다고 앞뒤가 맞지 않는 발표를 했다.

한편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하천의 호소화에 따른 산소결핍을 그 원인으로 추정했는데, 추정의 근거로는 독극물에 의한 집단 폐사의 경우 성체보다는 치어의 피해가 큰 반면 산소결핍의 경우는 성체들의 피해가 더 큰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 폐사 사건의의 경우 금강과 낙동강 모두 성체들의 피해가 대부분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또한 보 건설에 따른 하천의 호소화는 4대강 사업 계획단계에서부터 우려가 되었던 부분이었다. 보 건설에 따른 하천의 호소화에 따라 산소가 부족해지는 메커니즘은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먼저 하천의 흐름이 줄어듦에 따라 그 자체로 용존산소가 줄어들 수 있다.

두 번째로 하천의 흐름이 줄어들면서 특히 보의 직상류에는 표층수는 월류해서 흘러가지만, 보에 의해 가로막힌 아래쪽은 흐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작은 알갱이들의 퇴적이 일어나고, 저질토층이 형성되면서 혐기성 상태가 된다. 특히 여름, 겨울 등 일교차가 크지 않은 시기에 성층현상이 일어날 경우 저서에는 안정적인 혐기성 상태를 유지했을 수 있다.

세 번째는 봄가을 일교차가 큰 경우 전도현상이 일어나 수직혼합이 발생하면 바닥에 쌓여있던 퇴적물 등이 상부와 혼합이 되며 짧은 시간 동안 대량의 산소 소모를 일으켜 바닥층 뿐만 아니라 수체 전반에 걸친 산소 결핍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백제보의 경우 2012년 여름 녹조현상에 대한 우려로 인해 조류제거제를 대량으로 살포한 정황이 포착되었다.

이러한 조류제거제는 응집제의 역할을 하여 조류와 함께 침강하는 효과를 나타내 표층수의 조류는 제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유기물이 수체에서 완전히 제거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하천 바닥에 침전되어 전도현상이 발생될 경우 더욱 심각한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즉, 녹조현상이라는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을 저감하기 위해 사용한 해결책이 또 다른 대재앙을 불러 일으켰을 수 있다.

▲ 백제보 창고의 조류제거제 (2012년 6월 14일)

▲ 백제보 창고의 조류제거제 (2012년 6월 14일)

▲ 부여 관측소 일교차 및 일최저기온(2012년 7월 1일~11월 5일)

▲ 부여 관측소 일교차 및 일최저기온(2012년 7월 1일~11월 5일)

또한, 물고기 떼죽음이 일어난 시기가 정확하게 기온이 갑자기 낮아지고 일교차가 커진 시기와 일치한다. 위의 그림은 금강 떼죽음 사건이 일어난 백제보와 가까운 부여 관측소의 일교차(일최고기온-일최저기온)와 일최저기온이다.

사건이 발생하기 5일전부터 전날까지 일교차가 15℃가 넘는 날들이 연속되었으며, 최저기온이 4 ℃이하로 떨어져 표층수의 밀도가 높아져 전도현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낙동강 구미 기상대의 관측자료 역시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조건들은 기온이 급강하하는 밤동안 표층수를 냉각시켜 밀도가 커긴 표층수가 하부로 내려가면서 지난 여름 담수기간 동안 보 상류부에 퇴적된 바닥층의 오염물질들을 수체로 확산시키는 작용을 일으켜 짧은 시간동안 용존산소의 대량소비 및 고갈을 일으켰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사후 추정으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미스터리’이지만 4대강 사업과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보다는 훨씬 논리적이지 않은가? 또한, 그러한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를 조사하고 대비하는 것이 당연한 과정이었어야 한다.

바닥부터

4대강 사업에 의한 생태계 변화가 강바닥에서부터 나타날 것이며, 녹조제거를 위한 조류제거제의 투입은 이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과 추정은 작년 가을 물고기 집단폐사 사건에 이어 올 봄 4대강의 곳곳에서 크고 작은 다양한 사건들로 재현되었다.

수중생태계의 대참사라고 부를 수 있을 사건이 발생했던 금강에서는 2월 말, 더 상류인 공주보 직상류 지점에서 물고기와 함께 고라니, 자라 사체까지 발견되었다.

이때의 현장조사에서는 공주보 상류의 만곡부 안쪽 바닥에 뻘이 쌓여 부패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유량이 적을 때는 물이 흐르지 않고 드러나 있어야 하는 곳에 보때문에 물이 차면서 점토질의 입자가 퇴적이 되며 나타날 수 있는 모습이다.

▲ 2013년 3월 26일 남한강 재첩 떼죽음 모습 (강바닥에 쌓인 뻘(좌상), 뻘과 함께 떠지는 재첩 껍데기(우상), 바닥에 드러난 재첩의 모습(하))

▲ 2013년 3월 26일 남한강 재첩 떼죽음 모습 (강바닥에 쌓인 뻘(좌상), 뻘과 함께 떠지는 재첩 껍데기(우상), 바닥에 드러난 재첩의 모습(하)) <사진제공: 4대강 조사위원회, 4대강범대위, 촬영자: 윤순태 감독>

또한 남한강에서는 모래 바닥에서 살 수 있는 재첩 위에 뻘이 쌓이며 집단 폐사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당시 동행했던 지역 어부는 예전에는 배가 고장나도 시동이 꺼진 채로 한두 시간이면 출발지까지 배가 흘러갔지만, 지금은 배가 고장나면 하루가 걸려도 출발지점까지 갈 수 없다며, 바뀐 흐름에 대해 전했다.

흐름이 없어진 강은 오랜 시간동안 물을 잡고 있으며 녹조가 자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는 한 편, 작은 알갱이가 바닥에 쌓이게 함으로써 저서 생태계 또한 바꿔 놓는다.

게다가 녹조를 없애겠다고 살포하는 조류제거제는 바닥에 더욱 많은 유기물질을 쌓이게 함으로써 악순환을 더욱 가속시킬 수 있다. 흐름이 줄어 더욱 잔잔해진 저 강 아래에서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는 바닥부터, 더욱 기초부터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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